재무학 교과서나 가치평가 서적을 보면 자본비용을 구하는 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부채와 자기자본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구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용을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으로 산출한다. 베타니 시장위험 프리미엄이니 하는 용어들이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자본비용은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 또는 기대수익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기업은 자본을 두 가지 방식으로 조달한다. 부채와 자기자본이 그것인데, 부채는 채권 발행을 통해 또는 은행 등에서 빌려온 돈이고, 자기자본은 주주들이 출자한 돈이다. 채권자들은 약정된 이자를 주기적으로 지급받으며,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타인자본비용이다. 회사가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회사는 부도가 나며, 계약 상 이자는 철저하게 제때 지급해야 한다.
그 어떤 경영자도 채권자의 돈을 공짜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를 보면 자기자본비용, 즉 주주가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수익률이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타인 자본비용보다 높다. 이는 채권자보다 주주가 더 큰 위험을 지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즉 주식은 자본구조 상 가장 후 순위이며, 주주는 회사에 최종적으로 남는 몫만을 가져간다.
미국 S&P 500지수의 역사적 연평균 수익률이 10% 정도 되고 CAPM으로 구해도 자기자본비용은 대략 10% 전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사는 주주로부터 조달한 자기자본의 비용 약 10%를 지급해야 한다. 채권같이 계약으로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 10% 정도의 수익은 주가 상승이나 배당 등을 통해 안겨줘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자기자본, 즉 주주의 돈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에서 삼영전자라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여 주주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삼영전자의 주가가 20~30년째 제자리라는 점이다. 회사는 돈을 잘 벌고 있는데 투자를 통해 성장하지도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지도 않아 막대한 현금이 쌓이며 자본수익성이 낮아져 시가총액이 회사가 가진 순 현금보다도 낮을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다. 이 회사에 오랜 기간 투자한 주주들은 장기간 자기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재산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영업에 사용되지 않는 현금이 쌓여 그 현금보다도 주가가 낮아진 회사가 주주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순 현금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주주제안 했지만, 대주주의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더 가관인 것은, 자사주 매입 조금 해봤더니 효과도 없더라는 대표이사의 발언이었다. 삼영전자의 대표이사는 과연 주주들에게 응당 안겨줘야 할 요구수익률, 즉 자기자본비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삼영전자의 자본비용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회사는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낼 때만 가치를 창출한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라고도 한다. 쉬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금리 6%로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 연 6%를 초과하는 수익을 내야 돈을 버는 것이다. 자기자본도 마찬가지다. 자기자본비용이 연 10%면 자본수익률이 10%를 넘어야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가 자기자본을 공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한 자릿수인 상황이 초장기간 지속됨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이다.
약 30년 전에 10%를 넘기도 했던 삼영전자의 ROE는 현재 1% 밑으로 떨어졌다. 아주 오랜 기간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은 처참한 결과다. ROE가 1%라는 것은 주주들한테 10%의 비용으로 돈을 조달해서 1%밖에 이익을 못 내고 있다는 의미다. 즉, 이 회사는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주주가치가 계속 파괴되기만 하는 상황이다.
과연 삼영전자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주주들의 돈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날이 올지 의문이다. 이는 물론 삼영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상장사의 약 절반 정도의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회사의 비율은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들 회사의 ROE가 낮기 때문인데, 많은 경우 삼영전자처럼 현금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쌓아만 놓고 있어서다. 수익성 높은 곳에 쓸 데가 없다면 그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서 주주들이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도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2023년부터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자본비용 인식에 근거하여 ROE를 개선하고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도록, PBR 1배 미만 기업들은 저평가의 이유와 구체적인 개선 계획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이런 적극적인 정책에 힘입어 도쿄증시 프라임 시장의 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22년 7월 50%에서 2026년 3월 27%로 많이 감소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는 PBR 1배 미만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를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궁극적으로는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스스로 자본비용을 인식하고 ROE 중심 경영을 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주주총회 등에서 마주한 여러 기업의 현실은 이러한 바람직한 모습과 큰 괴리가 있다. 따라서 법으로라도 주주가치를 장기간 훼손하고 있는 기업이 변하게끔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든 상장기업 경영진이 주주의 돈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하게 되어 이 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장순환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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