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중동 분쟁 여파로 일본 수출·입 전망에도 암운이 꼈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기업 이익 악영향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주요 수출 대상인 신흥국들의 경기도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고에 일본중앙은행(BOJ) 역시 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일본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13조 2천423억 엔을 기록하며 197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3월 한 달의 수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한 11조 336억 엔으로 시장 예상치(11%)를 상회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출처: 일본 재무성, 연합인포맥스 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수출 통계가 중동 분쟁 여파를 희석한 수치라고 보고 있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2월 하순에 본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따른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 공급망 차질이 지난달 수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리에 야스히사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공급 제약이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가 수요를 억제하면서 일본의 전체 수입액은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많은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95.9%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는 에너지 수입 비용을 확대하고, 향후 경상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함께 끌어내릴 수 있다.
노린추킨연구소의 미나미 다케시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부족의 영향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며 "봉쇄가 장기화하면 원유 비축량이 적은 신흥국부터 경기 수축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일본 전체 수출의 55%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경기 위축은 일본 수출 시장 자체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은 이론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의 논거인 '수요 주도 인플레이션'과 '임금-물가 선순환'을 뒷받침한다. 수출 호조가 기업 수익을 개선하고 임금 인상 여력을 확대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BOJ가 원하는 그림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재 거시 경제 상황은 일본중앙은행(BOJ)엔 오히려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비용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 심리가 꺾이는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경기 하방 압력만 가중되는 악수로 작용한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가운데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며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수입 비용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주요 투자은행(IB)들은 BOJ가 이달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일단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엔저 방어를 위해 오는 6월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무쿠루마 하루미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중동 정세의 유동성은 변함이 없고, 원유 가격 상승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하드데이터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일본은행이 확신을 갖고 정책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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