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8년 1월 스위스 바젤, 당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가 열릴 때면 둘은 매번 짧지 않은 시간 면담을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초 단위로 들여다보는 빅 브라더와 금융 선진국을 꿈꾸는 규제 당국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그해 김 부위원장과 신 국장의 면담은 유독 길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FSB 총회에서 최근 가상자산이 전통적 금융시스템과 금융 소비자가 무시하기엔 너무 큰 위험이 됐음을 지적했다. 바젤로 향하기 열흘 전, 시중은행에 가상자산의 신규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특별대책을 막 발표하고 온 아시아 금융당국 수장의 이야기는 신 국장에게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세계 금융의 중심에서 한국의 선택을 들여다보는 시선 역시 매우 날카로웠다.
당시만 해도 김 부위원장은 현실의 혼란 속에서 길을 찾는 정책가였고, 신 국장은 그 혼란을 한 발 떨어져 구조로 읽어내는 경제학자였다. 한 사람은 "막을 수 없는 시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다른 한 사람은 "통제할 수 있는 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이 장면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는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다. 8년이 흐른 지금 김 부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 신 국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돼 한 사람은 정부의 '타워'에서, 다른 한 사람은 중앙은행이라는 또 다른 '타워'에서 경제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시장을 단순히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8년의 세월 동안 시장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팬데믹을 거쳐 최근의 중동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에너지, 공급망, 금융, 기술은 한데 얽힌 복합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정책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균형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정책은 완성형 답이 아닌 계속 수정되는 과정이어야만 하고, 통제 불가능한 것을 막기보단 통제 가능한 지점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그 효능감이 달라진다.
김 실장과 신 총재의 재회는 그래서 흥미롭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답을 만들어왔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답이 맞는 방향인지 세계의 시선으로 검증해왔다. 정책과 이론, 현장과 구조가 만나는 지점이다.
물론 기대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부 정책의 속도 사이에는 늘 긴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긴장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일이다. '광장'과 '타워'가 서로를 보완할 때 정책은 더 정교해진다.
바젤의 그 숱한 대화들은 어쩌면 지금을 예고한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진 사람과 답을 고민한 사람이 이제 같은 문제를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됐다. 복잡해진 세계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낼 균형의 방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경제부 정치팀 차장)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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