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지난달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이 역대 최대폭 감소한 가운데 환전 이후 자금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한 구간에서 달러 매도가 집중된 점을 들어 환전한 자금을 원화 요구불예금이나 투자 자산으로 이동시켜 자금 운용의 폭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 반영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1천21억7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153억7천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원화 대금 결제와 법인세 납부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번 감소를 환율 레벨 변화에 따른 자금 성격 전환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지난달 달러 매도와 원화 대기자금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개인·기업 달러 매도 규모는 2월 1천532만달러에서 3월 9천140만달러로 6배 가까이 급증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4천735만달러에서 7천220만달러, 우리은행은 8천615만달러에서 1억5천134만달러로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달러 매도 규모가 소폭 감소했는데, 전체적으로는 환율 상승 구간에서 달러 매도 수요가 확연히 확대된 흐름이 확인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모두 3월 들어 요구불예금이 수조원 단위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수시입출금예금(MMDA) 비중이 확대된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전 자금이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즉시 이동하기보다 수시 인출이 가능한 형태로 머물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대기 자금'으로 쌓였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고점 인식이 형성되면서 달러 매도 수요가 늘었지만 동시에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자금을 장기 투자로 묶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종의 '현금화 후 관망'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은행별로 자금 흐름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달러 매도 규모는 크게 늘었음에도 요구불예금 잔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환전 자금이 원화 계좌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다른 자산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에서는 달러보험, 역외펀드, 달러 ETF 등 외화 기반 투자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전이 아니라 '달러 현금화 → 다시 달러 자산 투자'라는 흐름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3월 외화예금 감소는 기업의 결제 및 세금 요인에 환율 상승에 따른 개인·기업의 달러 매도가 겹치며, 자금이 원화 대기자금으로 쌓이거나 다시 투자로 이동하는 재배치 흐름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일회성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외화를 축적하던 기존 전략이 흔들리고 '보유' 중심에서 '탄력적 운용'으로 자금 운용 방식이 전환되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추가 매도 압력이 나타날 수 있지만, 동시에 대기자금이 재투자에 나서면서 자금 흐름의 변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 상승기에 달러를 계속 쌓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일정 레벨에서 차익 실현 후 재진입을 노리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외화자금이 단순 저축 수단이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236억6천만달러(약 641조원)로, 전월보다 39억7천만달러 뒷걸음쳤다. 2025년 4월(-49억9천만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2026.4.3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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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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