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패트릭 하커는 최근 문제가 되는 사모신용과 관련, "치과의사도 펀드 투자를 권유받는다"며 "어떤 것이 유행이 됐을 때, 그때가 바로 빠져나와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총재직에서 내려온 그는 22일(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40년간 시장을 지키며 얻은 교훈"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로 지낸 지난 10년의 기간 대부분 동안 매분기 금융 안정성 브리핑을 받기 위해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했는데, 거의 매번 사모신용이 거론됐다고 한다.
사모신용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레버리지는 불투명했으며, 규제 대상인 은행들과의 연결 고리는 점점 확인하기가 어려워졌다고 그는 돌아봤다.
하커 전 총재는 "회의의 결론은 늘 비슷했다"며 "직원들은 아직 이를 '시스템적 위험'으로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다음 분기가 되면 우리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답답했던 것은 우리가 문제가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정말 답답했던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수단들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직을 떠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마침내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다"고 풀이했다.
지난 2월 말 블루아울 캐피털은 투자자들에게 16억 달러 규모의 펀드에 대한 분기별 환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블랙스톤은 주력 신용 펀드 자산의 약 8%에 달하는 기록적인 환매를 허용했다. 두 회사 모두 약 2조 달러 규모의 사모신용 시장에서 가장 큰 기관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최근에 투자한 개인들이 갑작스럽게 탈출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커 전 총재는 "몇 주 전 홍콩에서 고위 금융 전문가들과 저녁을 했는데, 그중 몇 명은 사모신용 업계 종사자였다"며 "그중 한 명이 지나가는 말로, 은퇴한 치과의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최근 사모신용 펀드에 투자하라는 홍보 우편물을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긴 대화 중 스쳐 지나간 말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계속해서 그 말이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복잡하고 유동성이 낮은 금융 상품의 마케팅이 '은퇴한 치과 의사'에 날아오는 '원치 않는' 우편물 단계에 도달했고, 이는 유행이 되어버렸다는 신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커 전 총재는 "학자이자 규제 당국자로서 40년간 시장을 지켜보며 얻은 교훈"이라며 "무언가가 유행이 되면, 그때가 바로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신용이 지난 2008년 붕괴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며 "사모신용은 투자자들이 투자 등급 기업어음(CP)이나 주택담보대출에 투입한 약 13조 달러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조금 더 좁은 범위의 이야기로,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의 보다 일반적인 특징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모신용 분야의 단일 최대 영구 펀드는 투자 유치를 위해 매년 430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의 연간 직접 대출 시장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하커 전 총재는 "세상의 그 어떤 심사(underwriting)팀도 그 정도 물량을 소화하면서 선별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우리는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규제 완화 당시와 2008년 직전의 몇 년 동안 이런 패턴을 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신용이 분기마다 FOMC의 레이더에 계속 포착됐던 이유는 직접적인 감독 권한이 규제 울타리 밖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사모신용 펀드를 은행 수준의 감독 아래에 두기 위해 그 경계를 확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것이 규제 당국이 가진 유일한 지렛대는 아니며, 심지어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다"며 "사모신용 펀드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들은 규제 울타리 안에 있으며, 지난 10년간 이들의 노출도는 비약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하커 전 총재는 "연준과 미국의 다른 은행 규제 당국은 은행들의 사모신용 노출에 대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투명한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며 "만약 그들이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답변이 최악일 것이라 가정하고 자기자본을 적립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