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현장에서] "우린 배부른 돼지 아냐"…투쟁 외친 삼성전자 직원들

26.04.23.
읽는시간 0

"총파업 기간인 18일 멈추면 18조 공백"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입장하는 깃발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2026.4.23 xanadu@yna.co.kr

(평택=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23일 오전 11시 18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향하는 신창행 1호선 전철. 뒷면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라고 쓰인 검은 조끼를 입은 남성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정리역에 내리기를 기다렸다. 손질한 머리와 동그란 테의 안경, 은색 손목시계를 착용한 그의 오른쪽 가슴엔 '투쟁'이라는 두 글자가 적혔다.

전철이 서정리역에 도착하자 한 칸을 가득 메웠던 승객이 대부분 하차했다.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대체로 20·30대 삼성전자 직원이었다. 30여분간 긴 띠를 이룬 채 '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걸어갔다. 한 참가자는 "앞뒤로 끝이 안 보이는 줄"이라며, 검은색 옷을 맞춰 입은 노조원을 가리켜 "개미 떼 같다"고 표현했다.

"성과급 투명화, 상한폐지 제도화"를 구호로 내걸고 결의대회가 열리는 평택시 고덕동 1742(한전~헤리움) 삼성캠퍼스일대는 경찰이 통제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측은 오후 1시 33분 즈음 "4만명이 넘는 숫자"가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고 알렸다. 집회 전 추산한 3만7천명을 넘어서는 숫자가 전해지자 현장에 모인 삼성전자 노조원은 환호했다

이들 곁으로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착용한 노동자들이 지나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증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였다. 햇빛에 그을린 건설노동자의 피부는 앳되고 하얀 20·30대 삼성전자 노조원의 얼굴과 대조를 이뤘다.

삼성전자 DS부문 관계자는 "사원·대리급은 전부다 결의대회에 나갔다"며 "수억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마음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휴가를 썼다며 "결의대회에 나가지 않는다면 휴가라도 써야 한다"며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2시, 결의대회가 시작되자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조합원들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라는 피켓을 들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현장에 건 현수막에는 "매년 위기일 땐 경영진 성과급, 수퍼사이클 땐 직원들 갈라치기", "참을 만큼 참았다, 무능경영 심판하고 생존권 사수하자",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라고 쓰여 있었다. 8차선 중앙선에 걸린 하얀색 깃발에는 붉은색 글씨로 쓰인 "총파업 승리"가 선명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경영진은) 헌신하는 조합원을 단순히 숫자로 취급한다. 우리도 숫자로 이야기하겠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300조원 이상으로 하루 약 1조이기에 총파업 기간인 18일을 멈추면 18조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게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특화 단지의 중심 평택에서 우리가 왜 국가와 삼성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인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외쳤다.

홍 위원장은 "저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에 분명하게 전달한다"며 "우리의 외침은 배부른 돼지들의 욕심이 아니다. 글로벌 굴지의 기업을 만들어온 우리의 핏물이 서린 땀방울과 시간을 그 가치 그대로 온전히 인정받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측은 오후 3시에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총파업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끝까지 가겠다"고 경고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서영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