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제 인프라 이미 고도화…"CBDC만으론 차별화 한계"
"글로벌 공존 사례 드물어…원화 활용처 확보 과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청문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술적 공존은 가능하나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통화 생태계 내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경쟁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병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면 답변에서는 CBDC와 예금토큰이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준수 역량이 검증된 은행 중심 구조에 비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점진적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기술적 공존 가능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인정된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블록체인 구성 방식의 차이일 뿐 상호운용성만 확보되면 CBDC망과 블록체인망을 연계할 수 있다"며 "시스템 설계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작 문제는 한국의 기존 결제 인프라가 이미 고도화돼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간편결제와 계좌이체가 활발히 이뤄지는 국내 시장에서 CBDC·예금토큰만으로는 뚜렷한 차별화 지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디스도 지난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급 및 결제 인프라가 이미 고도로 디지털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거래에서 주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국경 간 송금과 온체인 결제 등 틈새 영역에 집중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K-pop 팬덤 결제, 이주노동자 송금 등 수출입 국가로서 갖고 있는 원화의 크로스보더 수요는 CBDC로 품기 어렵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인바운드 수요 창출의 마중물로 쓰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고, 토큰증권 시장과 연결되면 자본시장 인바운드까지 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수단이 아닌 개방형 원화 시스템의 환율·자본시장 안정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도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보완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용도에 따라 경쟁하면서 보완하는 관계"라며 "같은 지급결제 시장 안에 있지만 강점 영역이 달라 사실상 별도 트랙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BDC는 국고보조금, 재난지원금 등 공공 영역에서 강점이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간 송금이나 자산 비축처럼 폭넓은 쓰임이 필요한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황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뿐 아니라 자산 비축 기능까지 갖는 반면 CBDC는 지급결제에 국한돼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두 디지털 자산의 공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글로벌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며 한국이 참고할 만한 성공 모델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6.4.21 [공동취재] yatoya@yna.co.kr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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