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안건 소위에 상정조차 안 해…정무적 판단 '갈팡질팡'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혐의로 은행권에 부과된 1조4천억원 규모 과징금에 최종 결론이 결국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추가 감경 폭을 놓고 벌써 석 달째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과징금이 은행의 '생산적 금융'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선 자율배상 노력을 인정해 과징금을 깎아야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형벌 합리화를 추진하며 과징금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위가 정무적 판단 영역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은행들의 경영 불확실성만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진행된 금융위 안건검토소위원회에 홍콩 ELS 관련 제재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금융위 정례회의는 안건소위를 거쳐 올라온 안건에 대해 위원 간 논의를 진행해 의결하는 데, 직전 안건소위에서 다뤄지지 않음에 따라 오는 29일 정례회의 안건에 상정되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차기 안건소위는 다음 달 7일 예정되어 있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보다 앞선 시점에 별도의 임시회의를 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빨라야 다음 달 13일 열릴 정례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이 안건을 넘겨받은 후 여러 차례 안건소위를 개최해 검토했으나 여전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1조4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홍콩ELS 사태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금감원이 처음으로 조단위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로, 향후 제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징적으로라도 엄중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이 최초로 산정한 과징금 규모가 4조원에 달했으나 이후 논의 과정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1조원대로 큰 폭 감경됐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1조원 이상 자율배상을 진행한 점 등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며 추가 감경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제재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견해차 및 사법 리스크, 각종 정무적 이해관계가 얽혀 금융위가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선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이 은행의 생산적금융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과징금이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될 경우 10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기업대출 등 생산적 영역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된다.
또 은행들이 즉각 소송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하는 상황에서 이번 건까지 패소할 경우 당국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경제형벌 합리화를 강조하며 과징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점은 금융위에 부담이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두고, "법률이 허용한 최대치냐"며 엄중한 처벌을 강조한 바 있다. 홍콩 ELS 사태 역시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이러한 '코드'를 맞춰야 한다. 제재 수위를 둘러싼 정무적 판단의 무게는 결국 금융당국 최고위 결정자가 감당해야 한다.
아울러 결론 도출이 장기화하면서 당국 간 시각차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세부 제재 수준을 둘러싼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제재 방향과 속도를 놓고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과 그간의 논의 경과를 고려할 때,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 어렵다는 공감대 역시 함께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7일 안건 소위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가급적 차주 정례회의에서 의결하려 할 것"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논의가 진행된 건이기에, 또 정례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않기에는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금융위와 금감원 간 최종적인 협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지만, 좁히는 과정에 있다"고 부연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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