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코스피가 20.29p(0.31%) 오른 6,496.10에 개장한 2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4.24 mon@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한창 해외주식 투자 열풍에 휩싸였을 때 자금이동을 떠올려보자.
한국은행 국제수지표에서 지난해 연간 누적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은 1천230억5천만달러에 달했는데, 국내투자자의 해외 주식, 채권 투자 등 증권투자로 나간 자금은 약 1천400억달러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면서 당국자들은 해외주식으로의 자금이탈을 줄이고, 환율안정 방안을 고심해야 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가진 해외 ETF 투자시에 사전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국내증시로 자금이 돌아오도록 세제혜택을 주는 국내시장복귀계좌(RIA)도 그 방안 중 일부였다.
미국 증시 호황에 국내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자 한 당국자는 당시 여러 대안들을 검토하던 중 공인인증 기간을 축소해 인증을 반복하도록 하는 '인증의 늪' 방안까지 고민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자금의 대이동으로 시장의 과열과 쏠림이 나타나면 당국은 이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국내 증시로 향하고 있다.
반도체 훈풍에 이란 전쟁이 끝난다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가지수는 6,500선을 웃돌았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자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증시는 화색이 돌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한때 5천30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가 지난해 4월 2,200대의 지수와 비교하면 6,500선에 도달한 현재의 지수는 거의 공룡급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서 코스피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일명 코루(KORU;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ETF)는 지난 3월말 233달러대에서 한때 545달러대로 치솟았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절반이나 담은 '라운드힐 메모리' ETF(종목코드 DRAM)는 출시 2주 만에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좋은 시장 분위기에 투자자들의 얼굴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상승 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경우도 있고, 시장은 올랐는데 내 계좌만 파란불인 경우도 많다.
이미 공룡급이 돼 버린 증시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챗GPT에게 공룡에 올라타는 법을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타기 전에 해야 할 것은 ▲절대 정면 접근 금지 ▲눈을 오래 마주치지 않기(도발로 오해함) ▲먹이로 신뢰 형성 등이 언급됐다.
올라타는 법은 발판을 이용하고, 점프하지 않고 반드시 단계적으로 올라가며, 항상 앞쪽은 낮은 자세로 해야 한다고 한다.
핵심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등 돌기를 잡고, 몸을 최대한 밀착해 공기 저항을 줄이며, 급회전시 몸을 반대방향으로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룡은 바로 타는 게 아니라 먼저 친구가 돼야 한다고 챗GPT는 조언했다.
다소 엉뚱한 질의응답이지만 어떤 큰 흐름이나 존재에 올라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사점을 찾아볼 만하다.
증시에 진입할 때도 어느 정도 흐름을 익히고,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한다.
만약 투자 방향과 시장이 반대로 가더라도 떨어지지 않고 꼭 붙잡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도 갖춰야 한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오름세일 때는 남들 투자하는 방향을 따라가면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지난해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그랬다.
트럼프의 관세 충격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전세계 경제를 위협했지만 다시 휴전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주가지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한동안 인공지능(AI) 버블로 크게 조정을 받았던 주식시장도 전쟁 종료 기대와 함께 튀어올랐다.
반도체와 AI 기대가 이끄는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전일 예상치를 크게 웃돈 1분기 GDP 서프라이즈만으로도 우리 증시의 회복력은 검증된 셈이다.
시장이 탄력적으로 저점을 딛고 오를 때 다함께 올라타는 분위기는 증시 회복력을 더욱 높여준다.
이 시기에는 유망하다는 종목에 일단 투자하면 플러스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시장은 다시 전쟁 이후의 갈등 국면의 봉합과 전쟁으로 인해 뒤로 밀려나 있던 과제들을 꺼내 들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 후속 대응과 미중 정상회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 취임 이후 금리인하 여력 의구심과 함께 향후 각국 금리인상 전환 가능성 등의 이야기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이란과의 전쟁 중에 비협조적이던 국가들을 대상으로 '나쁜 동맹' 추리기에 나섰다.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이벤트가 계속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없이 오른 주가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분명 우려할 대목이다.
주식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복 계좌를 포함한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는 1억개를 돌파했다. "주식 하세요?"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대다.
부동산에서, 채권에서, 은행 예금에서 주식으로 거대한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8천피 전망과 함께 코스피의 상승 여력도, 시장의 온기가 지속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시점에 공룡에 올라타는 법을 되짚어 주식시장에 반영해 보면, 투자자들은 점프해서 한번에 올라타지 않고, 반드시 단계적으로 가야 하며, 몸을 낮춰야 한다. 성대한 잔치 분위기가 식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당국은 몸집이 커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전환점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영끌로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처럼 과열된 주식 투자 열풍의 부작용은 또 다른 충격파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책 대응 방향도 복합적일 수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시장 안정책이 서학개미 주식 투자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에 집중 대응한 측면이 컸다.
지금은 높은 환율과 높은 주가지수가 합쳐진 이례적인 모양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자금 유입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증권부장)
연합인포맥스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