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효과로 GDI 38년 만에 최고치…성장의 과실, 가계엔 닿지 않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
시장 컨센서스(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 이 숫자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같은 날 발표된 실질 국내총소득(GDI)을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1분기 실질 GDI는 전기 대비 7.5% 증가했다. 1988년 1분기(8.0%)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3% 올랐다. GDP 성장률(전년동기대비 3.6%)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숫자"라고 했다. 이 격차가 체감 경기와 실물의 괴리를 설명한다.
GDP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물량을 집계한다. GDI는 여기에 수출입 가격 변화, 즉 교역조건을 반영한 실질 구매력 개념이다. 수출 단가가 오르면 생산 물량이 그대로여도 GDI는 올라간다.
이번 분기 두 지표 간 격차가 이례적으로 크게 벌어진 것은 반도체 수출 단가 급등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물량은 3% 남짓 늘었는데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은 12% 올랐다"며 "가격이 워낙 올라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이번 분기 GDP 기여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GDP 1.7%라는 숫자도, GDI 38년 만의 최고치라는 숫자도 사실상 반도체 두 회사의 가격 효과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성장률이 잘 나와도 체감이 안 되는 구조적 이유다.
GDI가 3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실질 구매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구매력이 일반 가계로 전달되는 경로는 매우 좁다.
반도체는 제조업 중에서도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가 소득 지표의 절반 이상을 끌어올리지만 직접 고용 규모는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반도체 호황이 가계로 전달되는 경로는 임직원 성과급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 정도다. 수혜 대상이 해당 기업 임직원과 주식 보유자로 한정된다.
한은 관계자도 "양극화 측면도 있다"고 인정했다. 반도체 중심 대기업은 호황이지만 나머지 산업과 계층은 그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K자형 구조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GDI 급등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 이익 증가는 성과급 확대와 설비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인세 수입 증가로 정부 재정 여력도 커진다. 에너지 가격 급등 같은 대외 충격을 흡수할 완충력도 생긴다.
이 관계자는 "중동전쟁 같은 충격을 감내할 힘이 생겼다"고 했다.
다만 이 효과들이 가계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크고 경로도 간접적이다.
GDP 1.7%, GDI 38년 만에 최고치라는 숫자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체감되지 않는 이유다. 국가가 잘 벌었다는 것과 내가 잘 산다는 것은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같은 말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원형민 기자 =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circlemin@yna.co.kr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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