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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기업대출 시장에서 업무협약(MOU) 체결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대기업과의 관계를 묶어두는 방식으로 판이 바뀌는 모습이다. 생산적 금융 기조가 확산하면서 유망 투자처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기업 또는 그룹사와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과 OCI홀딩스의 협약이 가장 최근 사례다. 양사는 생산적 금융 지원 및 미래성장 동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반도체·첨단소재·글로벌 태양광 등 차세대 산업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OCI홀딩스의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의 4억3천500만달러(약 6천400억원) 규모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 신설 프로젝트 추진을 돕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외화지급보증과 싱가포르 지점을 통한 외화대출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에도 현대건설과 생산적 금융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환경·인프라, 전력 중개 등 현대건설의 미래 전략 산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을 통해 구축한 기업 네트워크는 은행의 본업 확장으로도 직결되고 있다. 기업 자금 지원을 넘어 자산관리 등 협업 비즈니스를 다변화하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현대건설과 협력해 압구정 재건축 단지 내 입주민을 위한 자산관리 특화 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이달 그룹 차원에서 GS건설 및 계열사, 부동산 금융 파트너사와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알렸다. MOU의 명칭에도 역시 '생산적 금융'이 빠지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은 자금 지원에 협력하고, AI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공동투자 개발 등 사업 전 단계에 걸쳐 협업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방산·우주항공 분야를 공략했다. 한화그룹과 손을 잡고, 그룹의 투자 일정에 맞춰 여신 지원 한도를 사전에 설정하는 등 신속한 자금 집행을 돕기로 했다. 시설투자, 수출입 금융, 해외사업 프로젝트 지원 등 협력 폭도 넓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금융의 방식이 딜에서 '관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좀 더 선명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금융을 붙였다면, 이제는 먼저 MOU로 관계를 공고히 해둔 뒤 사업 발굴부터 금융을 연계하는 식이다. 한 번의 거래가 아니라, 여러 딜로 이어질 수 있는 '긴 호흡의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접근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와 맞물려 가속화됐다. 실물경제 지원이 강조되면서 은행들도 성장 산업과의 접점을 서둘러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은행이 생산적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에너지·데이터센터처럼 투자 규모가 큰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도 금융 파트너를 초기에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 단계로 자리 잡고 있다. 생산적 금융 흐름이 형성되자 기업들도 자금 수요를 선제적으로 드러내며 정책 흐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협약 자체가 시장에서 하나의 신호로 작용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효과도 덤으로 따라붙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수요가 기대되는 기업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현 정무적 환경에 맞춰 관련 '트랙 레코드'를 대외적으로 적극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기업 역시 안정적인 자금 통로를 확보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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