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고환율의 아이러니…원화 약세에 웃음 짓는 백화점 업계

26.04.26.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최근 들어 서울의 주요 백화점 매장이나 면세 구역을 걷다 보면 양손 무겁게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고환율(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며 한국이 새로운 '쇼핑 천국'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국내 백화점 업계는 원화 약세 수혜와 해외 유명 브랜드의 견조한 수요, 여기에다 이른바 '1조 클럽'으로 불리는 핵심 대형 점포들의 활약에 힘입어 때아닌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전경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엔저 시절 일본 닮아간다…원화 약세에 외국인이 매출 주도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 업계 활황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원화 약세'다.

LS증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 백화점 산업은 과거 '엔저 현상'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일본 백화점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엔저 국면에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이들의 1인당 소비가 동시에 증가하며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월평균 170% 성장해 산업 성장을 견인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내국인의 소비 수요보다는 외국인 매출액이 엔저로 탄력 받으며 당시 일본 백화점 성장을 이끌었다"며 "한국도 현재 원화 약세와 K-컬처 영향으로 외국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면세점에만 집중됐던 외국인 소비가 백화점으로 분산되는 구조적 변화가 관찰되는 점이 고무적이다.

엔저 시기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 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43% 수준이었다.

아직 각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4~5%에 불과한 한국 백화점의 상방 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LS증권은 내다봤다.

일본 엔저 시대와 최근 국내 백화점 비교(LS증권 보고서)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 백화점 실적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 '명품 브랜드'

이러한 백화점의 두드러진 성장세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명품으로 대표되는 해외 유명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원화 기반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백화점의 명품계열의 경우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소비하는 효과를 누린다.

올해 1분기 롯데백화점 기준으로 기존 점포의 신장률은 13%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성장의 핵심 동력은 명품 매출이었다.

국내 패션 매출이 12% 늘어난 데 반해, 명품 부문은 무려 23%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력 상승과 맞물려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실적 호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버팀목 속에, 최근에는 패션 부문까지 저변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도 관찰됐다.

장민지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백화점 매출 성장의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구매단가 중심의 성장에서 구매 건수까지 성장 동력이 확장되며 명품에 집중됐던 성장세가 패션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강한 놈이 더 강할까…1조 매출 백화점이 성장률도 높다

올해 내수 경기 회복과 외국인 소비 속에서 백화점의 성장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점포 규모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매출 규모가 큰 핵심 점포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띠고 있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서울 소재 백화점 중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8개 점포는 모두 전년 대비 매출액이 성장했지만 1조원 미만인 13개 점포 중 매출이 개선된 곳은 단 세 곳에 불과했다. 지방 점포 역시 매출 상위 점포 위주로 고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위 신세계 강남점은 전년 대비 10.4% 성장했고 다음으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8.0%, 더현대 서울이 7.3% 성장하며 뒤를 따랐다. 이들 백화점은 모두 1조원 매출 이상을 달성한 거대 점포들이다.

장민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모든 지역의 백화점 경상금액이 전년대비 성장했다"며 "이는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회복이 동반되는 가운데 그 수혜는 1조원 이상 매출로 대표되는 핵심 점포를 보유한 백화점에 집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변명섭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