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법인·미등기 임원은 규제권 밖…"사각지대 해소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대법원이 대주주 겸 이사의 '셀프 보수' 안건에 대해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건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결권 제한은 물론 해당 주식을 정족수 산정 기초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법리를 판결문으로 명문화했다.
다만 최대주주가 법인이거나 미등기 임원인 경우에는 법리가 미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족수에서도 빼라"…대법, 법리 명문화
27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소수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기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상고심(2025다219931)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은 이사인 지배주주가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상법상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들의 주식을 정족수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였다.
현행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주주총회 결의에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주주인 동시에 이사인 자는 특별한 이해관계 있는 자로서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특별이해관계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 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상법 제368조 제1항의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의 총수'에도 산입되지 아니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4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하급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이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정족수 계산의 법리까지 판결문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선례적 의미가 크다.
이러한 법원 기조에 올해 주총장에서는 이사 보수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중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을 상정한 2천447개사 가운데 152개사(6.2%)에서 안건이 부결됐다.
일례로 스타플렉스는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의 77.5%가 찬성했지만, 특별이해관계에 해당하는 374만 주가 모수에서 제외되면서 발행주식 기준 찬성률이 3.4%에 그쳤다. 하이즈항공 역시 행사주식 기준 78.5%가 찬성했으나 발행주식 기준으로는 23.6%에 머물러 가결 요건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25%)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하이즈항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6월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보수 한도를 재결의하기로 했다.
◇지주사·미등기 임원은 규제 밖…"보완 필요"
다만 이번 판결의 법리는 '이사인 주주'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최대주주가 이사 개인이 아닌 법인인 경우다. 이미 지주사 체제를 갖춘 회사에서는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가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는 이사 당사자가 아닌 만큼 보수 한도 안건에서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총수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구조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인적분할·현물출자를 거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유인도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이 같은 방식의 지주사 전환 시 양도차익 과세이연 특례가 적용되는데, 해당 특례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총수 입장에서는 과세이연 혜택을 누리면서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지배력까지 확대할 수 있고, 동시에 보수 통제 규제에서도 벗어나는 셈이어서 지주사 전환의 복합적 유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미등기 임원이다. 상법상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은 등기이사에게만 적용되므로, 대주주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 없이도 고액 보수를 수령할 수 있어 이번 판결의 영향권 밖에 놓인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정용진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지난해 약 58억 원의 보수를 받았으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이나 관련 의결권 제한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지배주주가 등기이사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고액 보수만 수령하는 구조를 견제할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다"면서도 "지주사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 견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주주가 배당 대신 보수를 통해 회사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면 이해관계인 배제 원칙의 확장 적용이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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