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만간 취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워시 연준 체제' 아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지닌 피로 워싱턴 D.C. 연방 검사가 지난 여름 건물 보수 공사에 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증언과 관련한 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내달 15일 이전에 워시 후보자가 차기 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소관 상임위인 상원 은행위원회의 일부 공화당 의원은 파월 의장을 향한 법무부 수사를 비판하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워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5월 15일 종료될 예정인 만큼,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그 이전에 인준 절차를 마무리하고 워시 후보자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위협하는 미국 휘발유 가격 상승세와 워시 후보자의 인하 의지 여부, 금리 결정권을 가진 다른 11명의 연준 위원들 성향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쉽게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회의 위원이었던 워시 후보자는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받으려 노력하던 지난해에 꾸준히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말 지명된 이후 그는 침묵을 지켜왔으며, 지난달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어떠한 공개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 높아진 인플레 부담
전쟁으로 석유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졌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연준의 금리 동결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4.3% 수준임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어느 정도 명확성을 기다리길 원한다면,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하냐는 질문에 "언젠가는 인하하겠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 워시의 인하 의지는
워시 후보자가 실제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바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지난주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적정 수준으로 다시 낮추기 위한 짧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인하보다는 인상을 위한 논거로 해석되기도 했다.
워시 후보자는 노동시장의 '최대 고용' 상태, 즉 실업률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직전의 최저 수준에 본질적으로 도달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역시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금리 인하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뉴 센추리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섬은 워시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에 대해 "그의 견해가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았다"며 "그는 상황을 더욱더 모호하게 만들었고,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 "워시, 12명 가운데 1명일 뿐"
워시 후보자가 마주한 또 다른 과제는 그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 12명의 투표권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FOMC 위원은 최근 연설이나 투표를 통해 지금과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차입 비용을 낮추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3월 FOMC는 11대 1로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3월 회의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이제 워시 후보자가 마이런 이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FOMC 위원들이 대개 의장을 지지하려 노력하지만, 의장이 단독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위원회 전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세우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이자 파월 의장의 전 고문인 존 파우스트는 "의장이 그런 일을 해냈던 마지막 사례는 지난 1990년대 후반이었다"며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인터넷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막을 것이라고 위원들을 설득했고, 덕분에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은 그린스펀이 수년간 의장직을 수행하며 위원회 내 지지 기반을 쌓은 뒤였다"고 덧붙였다.
파우스트 교수는 "워시는 그린스펀이 가졌던 권위를 거의 갖추지 못한 채 취임한다"며 "오히려 워시는 트럼프가 그에게 지워준 짐을 안고 들어오기 때문에 그가 독립적으로 행동할지에 대한 정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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