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선임기자 = 한국은 취약한 AI 생태계를 다각화하고 벤처캐피탈 같은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시사점이 나왔다.
2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펴낸 'AI 기업들의 지리학(The geography of AI firms)' 보고서에 따르면 AI 붐 이전(2010~2016년)과 이후(2017~2024년)를 비교한 결과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전 지역에서 AI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직으로 상승했지만, 한국만 그렇지 못했다.
미국 기업의 PER이 20배 초반에서 30배 중반으로 오를 때 한국은 10배 후반에서 10배 중반으로 뒷걸음쳤다.
중국이 40배에서 50배로, 유럽이 10배 후반에서 20배 중반으로, 일본이 20배 초반에서 중반 근처로, 영국이 20배에서 25배로, 인도가 10배 중반에서 20배로 PER이 올랐다.
PER의 상승은 시장이 미래 성장성과 경쟁력, 주주 환원 등을 이유로 기업 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여 평가한다는 의미다.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하늘색이 한국
한국 AI 기업에 대한 저평가는 하드웨어 쏠림과 맞물린다.
하드웨어 투자는 막대한 자본지출이 필수인데 곧바로 다음 세대 인프라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이는 잉여현금 흐름이나 단기적인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확장에 뚜렷한 한계로 작용한다.
반면 미국은 빅테크가 주도하는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확장성을 통해 이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오려 증시에서 높은 멀티플을 받는다.
또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제조업 DNA를 바탕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공정 효율화를 통해 세계 경제에서 승리해온 공식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등 혁신 분야의 성장을 저해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실패해도 빠르게 재도전하는 실리콘밸리식 벤처 문화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은 약점 보완을 위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최근 한국 AI 기업이 집행한 투자 중 54.7%가 본업인 컴퓨트(23.6%)가 아니라 AI 애플리케이션을 향해 있었다. 이는 다양한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벤처캐피탈(VC) 육성과 산학협력 확대는 도약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요소로 나타났다.
BIS의 분석 결과, 전 세계 AI 생태계의 다각화는 대학-산업 협력, 벤처캐피털(VC), AI 준비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제조업은 눈에 보이는 공장이나 장비처럼 은행에 담보로 잡힐 수 있는 물리적 자산이 있고, 현금 흐름도 예측할 수 있어 은행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지만 앱 스타트업은 전통 은행의 위험 관리 모델로는 돈을 빌릴 수가 없다.
산학 협력은 AI 지식기반을 다양화할 수 있고, VC의 가용성은 자금조달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국(보라점), 미국(파랑), 중국(빨강)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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