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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TF로 삼전·하이닉스 사는 서학개미…국내 유사상품 두고 '역주행'

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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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PLUS글로벌HBM반도체' ETF와 종목 70% 겹쳐

환전 수수료에 운용 보수까지 추가 부담…"합리적 설명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국내 증시에 포트폴리오가 거의 동일하고 운용 보수마저 더 저렴한 ETF가 상장돼 있음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메모리 반도체 ETF에 1억7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환전 수수료와 더 높은 운용 보수를 부담하면서까지 원정 매수가 이어진 배경에 대해, 미국 상장 ETF 자체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선호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를 1억7천632만달러(약 2천600억원)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ETF는 포트폴리오 비중의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핵심 상품인 미국 상장 ETF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도 거의 동일한 종목 구성의 ETF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가 대표적이다.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는 이달 26일 기준 SK하이닉스(28.64%), 삼성전자(26.62%), 마이크론(22.62%)을 상위 3개 종목으로 담고 있다. 이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의 핵심 편입 종목(SK하이닉스 25.83%, 마이크론 24.80%, 삼성전자 22.55%)과 비중이 70% 이상 겹치는 판박이 구성이다.

그럼에도 매수세는 미국 상장 ETF 쪽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의 올해 개인 순매수 누적액은 1천63억원이다. 라운드힐 메모리 ETF에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그 두 배가 넘는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몰렸다.

운용 보수를 놓고 비교해봐도 한화자산운용 상품이 연 0.5%로, 라운드힐의 0.65%보다 낮다. 미국 상장 ETF는 매매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까지 발생하는 만큼, 비용 측면에서는 국내 상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제 측면에서도 미국 상장 메모리 ETF는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구조다. 현행법상 일반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국내 주식시장에서 직접 매수하면 양도소득세가 전액 비과세된다.

마이크론 등 해외 종목 역시 개별 매수 시 연 250만원의 기본 공제와 손익 통산을 통한 절세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혼합된 미국 상장 ETF를 매매할 경우, 편입 국가와 무관하게 전체 매매 차익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가 일괄 부과된다.

투자자들 스스로 국내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 더 높은 세율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상장 상품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거의 동일한 포트폴리오의 ETF가 상장돼 있는데도 굳이 미국 시장에서 사들여 22%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는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국내에서 직접 사면 비과세이고, 해외 메모리 종목은 따로 매수하면 절세가 가능하다"며 "이를 한 ETF로 묶어 22%를 내는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고액 자산가에 한해서는 세제 차이가 매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상장 해외 주식 혼합형 ETF의 매매차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합산되는 반면, 미국 상장 ETF는 양도소득세로 분리과세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이 연 2천만원을 넘는 고소득 투자자라면 종합과세보다 분리과세 단일세율(22%) 적용이 유리할 수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위험·수익 구조를 가진 ETF가 국내와 해외에 모두 상장돼 있다면, 한계세율이 높고 금융소득이 일정 규모 이상인 투자자에게는 세제 차이에 따른 선호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이번 매수세 전부를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소액 투자자에게는 그런 세제 차이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해외주식에 투자해 얻은 차익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이가 2.5배 이상으로 크게 늘며 50만명을 넘어섰다.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인원은 52만3천709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광고. 2026.1.22 mon@yna.co.kr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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