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반도체 캐즘 우려①] AI 착시를 걷어내라…BNK가 던지는 '보유'의 의미

26.04.28.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사상 최대 실적의 축배 뒤에 가려진 '공급망의 역설'이 국내 증권가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SK하이닉스[000660]는 2026년 1분기 3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2분기에는 60조원대 영업이익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이미 다음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이익의 지속성,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성이 아니라 범용 메모리의 가격 방어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나은행 딜링룸 시세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BNK투자증권 SK하이닉스 '보유'로 하향·삼전 '매수'

28일 증권가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목표가는 130만원으로 유지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29만2천원으로 오른 날에 나온 목표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60조2천500억원까지 늘고,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30%, 40%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투자의견을 낮췄다. 이유는 실적 부진이 아니라 하반기 모멘텀 둔화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추론 AI 사이클이 후반부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HBM4 매출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 상향 추세도 3월 이후 주춤해지고 있고, 현물가와 고정거래가 격차 축소가 맞물리면 ASP 상승세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서버 주문이 컸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수급이 타이트하겠지만, 모멘텀은 둔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BNK투자증권은 같은 날 낸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가를 기존 25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HBM을 제외한 범용 메모리, 즉 일반 D램과 낸드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HBM에 집중된 SK하이닉스와 달리, 범용 D램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삼성전자의 경우 범용 메모리 부족 국면에서 삼성전자에 더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며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우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키움증권 '주가 기간 조정 가능성'…목표가 130만원

BNK투자증권의 의견 직전에도 주목할 만한 의견이 지난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직후인 24일에도 나온 바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5조1천억원으로 전망하고, 범용 메모리 가격도 D램 45%, 낸드 50% 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2분기 호실적 기대와 메모리 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 우려가 맞물리며 주가의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HBM4 출하 지연을 범용 D램 출하량 증가로 단기 대응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HBM에서 압도적 선두 지위를 갖고 있지만, 시장의 프리미엄도 그만큼 HBM에 집중돼 있는 점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키움증권의 SK하이닉스 목표가도 130만원으로 BNK투자증권의 목표가와 같다.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사상 57조원이라는 분기 이익을 낸 직후에 낸 보고서에서 "시장은 이제 하락 사이클 진입 가능성과 그때 겪게 될 수익성 하락 레벨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럼에도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2조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BNP 파리바 'ASP 상승 인한 호황'…가트너 '수요 파괴'

글로벌 시각도 이러한 논쟁에 힘을 보탰다.

BNP파리바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2026년 반도체 시장이 9천170억달러에 달하고 2027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성장의 상당 부분이 출하량(unit sales) 증가보다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에 의존한다고 봤다. 가격이 만든 성장은 기업 이익을 빠르게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완제품 업체의 가격 저항을 키운다.

가트너도 메모리 가격 급등을 '멤플레이션(Memflation)'으로 규정했다. 가트너는 2026년 D램 가격이 125%, 낸드 가격이 23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같은 비용 상승이 비AI 수요를 지연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기기는 메모리 가격 상승을 그대로 흡수하기 어렵다.

PC와 스마트폰은 원가 부담이 커지면 세트 업체는 출하량을 줄이거나, 사양을 낮추거나, 신제품 출시를 늦춘다. 고부가 AI 메모리는 없어서 못 팔고, 저가·범용 세트 수요는 가격 저항에 막히는 K자형 업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PC와 모바일 시장의 일부 수요 둔화를 인정했다. 회사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세트 출하량 조정과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버향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를 상쇄하고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윤영숙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