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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어프로치]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법으로 막는다면

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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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9부 능선을 넘어 발표만을 앞둔 가운데 막판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금융당국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려다 돌연 취소한 것도 청와대가 금융위원회에 보안을 요구해서인데, 지주 회장의 연임을 더 강하게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말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직격한 뒤 회장 연임을 둘러싼 논란이 반년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만히 놔뒀더니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년, 20년씩 해 먹는다"는 게 금융지주를 바라보는 이번 정부의 시각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대통령이 직격한 '부패한 이너서클'을 해체할 방법은 회장들의 '장기집권 금지'로 귀결되는 듯하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회장 연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의 3분의 2(67%) 이상 찬성 요건을 갖춰야 하는 특별결의로는 찬성률 90%가 넘는 회장들의 연임 독주를 막지 못해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금융지주 회장은 3 연임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지배구조법 상에 넣어 법제화하느냐 마느냐가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게 이번 개혁의 목적이라 했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상왕 노릇을 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지 못하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증과 평가를 강화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연임' 프레임에 갇혀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성과가 우수하고 능력이 검증된 회장도 3연임은 무조건 못하도록 법으로 막는 게 과연 지배구조의 선진화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005년부터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21년 JP모건은 다이먼 회장에게 "더 있어 달라"며 5천만달러, 당시 가치로 약 576억원 수준의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다이먼 회장은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수백억 원을 들여서라도 회사가 그를 붙잡고 싶은 이유다. 단, 경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시 부여한 주식의 최대 절반을 회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JP모건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금융사들은 회장 연임을 전제로 하되 그 조건을 훨씬 엄격하게 설정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JP모건식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성과가 좋더라도 임기가 끝나면 더 앉아있지 말고 나가라는 법은 글로벌 선진국 그 어디에도 없다. 선진화한 지배구조는 성과가 뛰어난 CEO의 연임을 도리어 장려해야 한다. 모든 금융지주 회장을 '부패한' 집단으로 몰아넣어 길어도 6년만 하라는 법은 되레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웃지 못할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 연임을 할지 말지는 금융당국이 아닌 주주들이 결정한다. 영국의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은 백명의 범죄자가 풀려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뛰어난 경영성과 90% 이상의 주주들에게 찬성을 얻어도, 대체할 수 있는 경영자가 없어도 6년이 넘으면 강제 은퇴해야 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로 위헌 논란도 있다.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치자. 성과가 아닌 연임 횟수로 거취가 결정되는 게 얼마나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지 파장을 예상해 봤을까. 연임에 성공한 회장은 그날로부터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어차피 3년 뒤 떠나야 하는 회장을 누가 따르겠는가. 아마 3년 후 회장을 노리는 이들은 정치권에 줄 대느라 바쁠 것이고, 임직원들은 회장 유력 후보자를 찾아 라인을 만드느라 일은 뒷전일 것이다. 3년 내내 정치판이 벌어질 게 뻔하다.

금융당국은 장기집권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논리보다 적정한 절차를 거쳐 적임자가 선임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 구축하는 데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최고경영자를 뽑기 위해 현직 회장을 포함한 후보자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이를 어떻게 하면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 정권 시절 임명된 회장이라 무조건 자리에서 내리려는 게 아니라면, 경쟁 결과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옳다.

오래 앉아있는 것 자체가 아니라 견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임을 매번 형식적으로 소수의 사외이사가 결정하는 게 아닌, 외부 평가를 강화하거나 이사회 이외 견제 장치를 만들어 평가하는 방식 등으로 보완하는 방향부터 검토해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도 손봐야 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금융사 출신 전직 임원은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독립이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의 준법감시인을 외부 출신으로 두고 견제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율이 60~80%에 육박하는 시점에 한국 금융사와 경영진에게 씌워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낙인이 과연 금융시장 발전에 득일까.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금융부장)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2025.12.10 jin90@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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