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와 역할 분담 확고…초기투자는 여전히 모태펀드의 고유 영역"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지난 1년이 방향을 정립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년은 그 방향을 실제 성과로 증명하는 시간입니다. 모태펀드 2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단순한 자금 공급원을 넘어 자금과 시장,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벤처투자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하겠습니다."
한국벤처투자(KVIC) 이대희 대표이사는 2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벤처투자의 청사진으로 'Beyond'와 'Bridge'를 제시했다. 출자에 머무르지 않고 성과로(Beyond), 그리고 국내에서 글로벌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자금과 기회를 잇는 가교(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대규모 민간 자금 유입·'ABCDE' 집중 투자로 시장 견인
이 대표 취임 후 지난 1년간 한국벤처투자는 민간 자금 유입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모태펀드와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무역보험기금의 출자를 이끌어낸 'LP 첫걸음펀드'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이를 'LP성장펀드' 체계로 고도화해 연기금, 금융기관, 대기업 등 다양한 출자자가 일관된 구조 속에서 벤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은 펀드 조성과 실제 투자 확대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는 2조 2천195억 원을 출자해 4조 4천751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이끌었고, 총 3조 995억 원이 투자로 이어졌다.
투자 축은 국가전략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딥테크를 비롯해 AI·바이오·콘텐츠·딥테크·에너지 등 이른바 'ABCDE'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전면 확대했다.
출자 이후의 사후 관리와 스케일업(성장) 지원 역량도 대폭 강화했다.
관리본부를 독립시켜 적극적으로 조합원 총회를 챙기고 현장 중심의 실적 점검에 나섰다.
이 대표는 "얼마나 기업을 잘 성장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지역 생태계 확장…IR 브랜드화도 추진
글로벌 진출과 지역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도 주력했다.
해외 벤처캐피탈(VC)에 출자하는 글로벌펀드는 2월 기준 84개 펀드로 확대됐다. 일회성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수시 출자 등 전략적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한 결과다. 특히 지난 1월 개소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거점으로 창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과 함께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달 30일 공동 IR을 앞두고 있다.
지역 부문에서는 지난해 4천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 4개를 조성했고 올해에는 4천5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 5개를 추진한다. 이 대표는 "투자가 먼저 마중물로 가야 생태계가 살아난다"며 비수도권 투자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이름으로 흩어져 있던 IR 행사들을 통합해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운드'에 버금가는 강력한 독자 브랜드를 구축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모태펀드가 기업의 스케일업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성장 스토리'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기존의 파편화된 IR 명칭들에서 벗어나,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켰고 모태펀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례별로 접근하는 전통 있는 IR 브랜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스케일업 타깃…모태펀드는 초기 투자 집중할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벤처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한 해명도 이뤄졌다.
모태펀드의 '야수성'이 줄어들며 초기 투자 비중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모태펀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 초기 투자"라며 "딥테크 집중 등으로 전체 파이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지역 펀드와 공모 펀드를 통해 초기 생태계(AC)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성장펀드 출범에 따른 모태펀드의 역할 축소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국민성장펀드는 딜 규모 자체가 커 초기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모태펀드가 발굴해 시리즈 투자를 이어온 리벨리온이 성장해 국민성장펀드 1호 타깃이 된 것처럼, 앞단은 모태펀드가 이끌고 대규모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가 이어받는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가 위험가중자산(RWA) 100% 적용 특례를 받아 은행권 등 LP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서도 "모태펀드가 일정 부분 이상 출자한 경우에도 RWA 100%가 명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표되어 있다"며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한편 한국벤처투자는 다가오는 5월 투자전략위원회를 통해 모태펀드의 운용 수익률 공시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내부적으로 'AI 혁신팀'을 신설해 펀드 관리 업무부터 AI를 도입(AX 전환)하고, 내년부터는 출자 심의 과정에도 AI 기술을 전격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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