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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의 채권분석] 그래도 백기사는 있다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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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9일 서울 채권시장은 국제유가 급등 여파에 신중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날 새벽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둔 점도 큰 움직임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장중 별다른 대내 이벤트는 예정돼 있지 않다. 대외지표로는 호주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전 10시30분 발표된다. 인플레가 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약세 압력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일본 금융시장이 '쇼와의 날'을 맞아 휴장하면서 대외 움직임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종전 기대는 협상 교착에도 유지되는 분위기다. CNN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란이 앞으로 '며칠 내'(in the next few days)로 종전을 위한 수정 제안을 미국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소식도 전해졌다. 카르텔 붕괴에 따른 유가 하락 재료로 볼 수 있지만, 중동 불확실성에 더 올랐다. 씨티는 UAE 탈퇴가 단기 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건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와 러시아의 지원을 논거로 들었다.

◇ 원군으로 등장한 연기금…다른 원군은

전일 눈길을 끈 것은 장 후반부 움직임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3년 국채선물 매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기금 계정이 사들이면서 낙폭이 다소 줄었다.

연기금의 매수 움직임은 시장이 밀리기 시작하자 커지기 시작했다. '밀리면 사자' 흐름이 관찰된 셈이다. 최근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원군이 등장한 셈이다.

매수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물 채권 집행을 앞두고 BM과 추적오차를 줄이고자 산 것이라면 이후 현물 채권 매수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인플레 우려가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재료로 작용한 상황에서 백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이 패닉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연준의 상황이다.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거의 소멸할 정도로 이전 대비 매파적으로 돌아섰지만, 이전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아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추가로 급등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점도 다소 안도할 재료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우려가 제기됐던 이전과 다른 셈이다.

이러한 안도감을 어느 정도로 가져도 좋을지는 다음 날 FOMC에서 판단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회의에서 관망 기조를 재확인한다면 호재로 볼 수 있다. '최대 고용'을 의무로 진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도비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크레디트 시장과 단기 구간 유동성도 나쁘지 않았다. 유동성이 경색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일 레포 금리는 가중평균 기준 2.54%를 나타냈다.

장기 기대 인플레가 안착해 있는 점도 통화당국의 믿을 구석이다. 중동 전쟁에 유가가 치솟는다는 점에서 1970년대 경험도 언급되고 있지만, 통화당국의 인플레 관리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전일 3년 국채선물과 연기금 거래 추이

연합인포맥스

◇ 의사록에 제시된 금리 인상 가능성 및 시기 단서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코로나 팬더믹 이후 인플레 위험에 잘 대응하면서 대중들의 신뢰가 높은 상황이다. 한은이 인플레에 중점을 두는 소통을 하면서 신중하게 인상 '빌드업'을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전일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당분간은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명목 중립 금리의 중간 정도에 있다는 한은 평가를 고려하면 인상 방향으로 전개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플레와 관련한 집행부 인식도 엿보였다. 관련 부서는 "전쟁 이전에도 소비의 모멘텀이 강했던 데다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간 제한적이었던 수요측 물가 압력이 점차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흐름이었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쳐 공급측 비용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다수 위원이 동의한다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로 진전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1분기 GDP 호조를 예상했지만, 이보다 한층 더 지표가 잘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수요측 물가 압력은 4월 금통위 당시 판단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인상 시기와 속도일 텐데, 시기를 가늠할만한 단서도 의사록에서 엿보였다.

한은 관련 부서는 유가 및 환율 상승이 근원물가에 반영되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근원 인플레이션에 반영되는 속도는 유류세 인하, 전기요금 인상 지연 등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가변적인데, 과거 사례를 보면 생산 및 유통비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전이효과는 통상 6개월 이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대략 8~9월쯤엔 근원 인플레로 전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시장 일부의 5월 선제 인상 가능성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지만, 7월 또는 8월 인상 가능성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달러-원 환율과 브렌트유 현물 가격 추이

연합인포맥스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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