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물가상승률이 높더라도 실물 경제 내 괴리가 존재한다면 기조적 인상 사이클로의 전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관리 시그널을 주기 위한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의 '보험성 인상(인슈어런스 하이크)'이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연말연초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되자마자,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두달 가까이 지속된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해상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운항이 통제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물가 상방 및 성장 하방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되면서 양방향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서는 다양한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기훈 하나증권 채권운용실장은 한국은행이 오히려 올해 3분기에 한 차례의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남 실장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시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실물 경제의 괴리를 가장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붐으로 인한 기술 부문의 자연이자율과 위축된 내수가 체감하는 자연이자율 간의 간극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남 실장은 "중앙은행 역시 이러한 괴리 사이에서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이 부분이 실제지표로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동 전쟁이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의 시차를 고려하면 현재는 경기에 앞서 물가가 먼저 반응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남 실장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상 빠르게 나타나지만,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나 기업 부담 증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물가 상방 압력이 먼저 부각되는 구간인 만큼, 3분기 중 한 차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후 경기 흐름을 지켜보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차례 대응 이후에는 추가적인 인상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 실장은 "국내 경기가 구조적으로 강하다고 보긴 어렵고, 반도체를 제외한 내수 체력은 여전히 약하다"며 "한은이 반도체만 보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두 번, 세 번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에 발표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시장 및 한은 예상을 대폭 상회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는, 1분기 지표에는 중동 전쟁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도 1분기 GDP에 중동 전쟁 관련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남 실장은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효과로 우리나라 1분기 성장에 미치는 타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다만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 상방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것에 비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한은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안 열어놓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소수의견 여부에도 주목도가 높을 수 있는데, 그보다는 5월 점도표를 통해 금리 인상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점도표에는 6개월 후인 11월 금통위 금리 전망이 담기게 될 텐데, 현 금리 수준인 2.5%보다는 한 차례 금리 인상한 수준인 2.75%에 더 많은 점이 찍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채권시장 18년 경력…글로벌 매크로 트레이딩 강점
남 실장은 지난 2006년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추어에서 애널리스트로 자리하다가, 2008년부터 동양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에 합류하면서 채권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0년에는 우리은행, 2012년에는 하나증권, 2016년에는 NH투자증권, 2018년에는 교보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에서 원화 채권 운용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2019년에는 다시 하나증권으로 복귀했고, 지난해 말 채권운용실장 자리에 올랐다.
특히 NH투자증권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에서 글로벌 매크로 트레이딩을 경험하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같은 DNA를 하나증권 채권운용실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실장은 "당시 글로벌 매크로 트레이딩 업무를 하면서 외화채, 해외주식 선물, 금선물, 원유선물 등 모든 글로벌 에셋을 다 다뤘다"며 "각 에셋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케이스별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깊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현재의 채권운용실에도 적용해서 전체적으로 글로벌 매크로 위주로 분석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원화채 운영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글로벌 매크로 시장 안에서의 한국 시장의 변화를 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하나증권의 채권운용실은 남 실장을 비롯해 5명의 인원이 대고객 RP북, 차익북, 프랍북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는 예비 국고채전문딜러(PPD) 업무와 인바운드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작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PPD로서 입찰 전략과 호가 조성 등 시장의 메커니즘에 충분히 적응하며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추후 자연스럽게 PD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 실장은 "앞으로 프랍북을 활용해 입찰 및 옵션 경험을 쌓으며 PD를 준비하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인바운드 비즈니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남 실장은 "WGBI 자금 유입이 이뤄지다 보니 인바운드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경쟁도 치열하다"며 "현재 담당 인력을 채용 중이다"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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