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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제한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문법도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복상장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의 구체화 여부를 지켜보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이외에 실질적인 회수(Exit)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 금지 파장이 투자자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회수(Exit)의 확정성'을 담보하는 방식이 한층 정교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몇 년 안에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단순한 계약 조항은 더 이상 투자자들에 매력적인 유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의 표준 계약서에는 상장 실패 시 투자자가 원금에 연 5~8% 수준의 복리 이자를 가산해 돌려받는 '보장수익률 기반 풋옵션'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이제는 기업의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 성장의 결실을 공정하게 나누는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미래 특정 시점의 실적에 업종별 멀티플(Multiple)을 곱해 기업가치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 변화에 따라 수익을 나누던 구조에서 벗어나 EBITDA에 동종 업계 평균 멀티플을 적용하고, 일정 시점에 수익을 가져가는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상장 실패 시 이자 부담을 덜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성장한 만큼의 가치를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투자사들은 실사(Due Diligence) 단계부터 '상장 프리미엄'을 제거한 본질 가치 측정에 집중하고 있다.
상장 시 시초가가 크게 오르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 신설법인이 독자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에만 집중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투자 심사 보고서 내 리스크 요인 분석에서도 '상장 규제 변화에 따른 투자금 회수 지연 가능성'과 그에 따른 '대안적 회수 경로'가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라는 단일 창구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이나 구주 매출 등 다양한 회수 경로를 미리 설계하는 능력이 투자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라며 "상장 프리미엄에만 기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의 현금 흐름과 실질 수익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정교한 접근이 생존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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