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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금지 파장-②] 기업·투자자 '불편한 동거'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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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4.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의 한 축으로 지목된 자회사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적 불허' 입장을 고수하면서 기업·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선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한 자회사 투자유치가 불가능해져 자금조달 능력이 악화했을 뿐 아니라, 이미 확보한 투자금에도 대부분 풋옵션이나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이 달려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재무구조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상장 전 투자유치가 오히려 재무구조를 옥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운용사(PEF) 등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조치가 반갑지만은 않다.

IPO가 목표였던 투자 플랜에 제동이 걸리자 이미 투자된 자금에 대해서는 회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29일 "이미 투자를 받은 기업과 투자자들은 IPO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방향성엔 동의하나, 기존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는 중복상장 '원칙금지' 기조 속에 일부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산업계와 IB업계 모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중복상장 논란을 겪었던 롯데그룹과 SK그룹의 경우 교환사채와 주가수익스왑 등의 신규 자금조달 수단을 총 동원해 FI들에 대한 투자금을 상환했다.

다만, 주주간계약 해소를 위해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IPO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기업입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는 것도 불가피해졌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IPO 기대감을 내세워 받았던 에쿼티 투자는 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 최근엔 메자닌 중심으로 투자의 성격이 바뀌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화에너지와 SK플라즈마, HD현대로보틱스 등이 중복상장 논란을 겪고 있는 대표 업체들이다.

상장기업이 지배력을 끼치는 모든 계열사가 중복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IPO를 전제로 한 투자유치들의 향후 스텝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PE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던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대표 케이스다.

TPG는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를 시작해 현재는 10여년간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정에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TPG가 풋옵션이나 드래그얼롱 등 별도의 엑시트 수단을 두지 않은 채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카카오가 확장을 지속하자 TPG 또한 향후 사업성과 IPO 가능성을 높게 보고 모험자본 성격의 베팅을 단행했던 셈이다.

당시 성장세가 강했던 업종·그룹의 경우 투자자들이 비슷한 형태로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O가 막힌 상황에서 TPG는 향후 보유지분을 다른 PE에 매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카카오에 지분을 되사줄 것을 요구할 법적·제도적 근거도 없는 상태라 사실상 퇴로가 막혔다.

카카오가 직접 나서는 것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간 높아진 카카오모빌리티의 몸 값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수조원대로 커진 TPG 보유 지분을 현 상황에서도 카카오의 현금 동원력을 통해 받아주긴 쉽지 않다.

최근 우버 등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들이 TPG를 대신해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던 것도 이 맥락이다.

SI의 경우 IPO 등 투자금 회수 가능성보단, 미래 동반자적 파트너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FI와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현 상황에선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해당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복상장 금지는 향후 자회사 레벨의 투자유치 관행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기존 투자를 포함해 예상되는 부작용들에 대해 깊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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