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이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예상과 달리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차익 실현 등으로 금 가격이 전쟁에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봤다.
◇ 금값, 금리 상승·달러 강세에 전쟁에도 하락
29일 연합인포맥스 원자재선물 종합(화면번호 6900)에 따르면 금 현물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13% 떨어져 온스당 4,500달러대에 거래됐다.
금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격한 후 온스당 5,400달러 위까지 상승 거래됐으나, 이후 매도세가 심화됐고 4,00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귀금속 전문 웹사이트 메탈스 데일리의 로스 노먼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상승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잠재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리가 높아질수록, 금과 같은 무수익 귀금속을 보유하는 데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지고 수익형 자산의 상대적 매력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미국 달러화 강세는 금 가격에 추가적인 부담을 줘 악재로 작용했다.
금 가격은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는 미국 외 투자자들에게 금 구매 비용을 높여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택했으며, 달러화는 중동 분쟁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동안 대부분의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이란 전쟁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낮아진 것도 금의 수요를 낮추는 데 한몫했다.
이란 전쟁 기간 유가가 치솟는 동안 채권 수익률이 동시에 상승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등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금 가격이 올해 지나치게 올라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금 약세에 한몫했다.
금 가격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잇따라 상승하면서 온스당 5,60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에 투자자들은 금 가격이 떨어지자 매도에 나섰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금 가격 하락에 대해 "급등 후 차익 실현"이라고 평가했다.
◇ "금값 하락은 일시적…글로벌 중앙은행 금 수요 여전"
금 가격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월가에서 여전히 금은 투자자산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말리카 사치데바 전략가는 "중앙은행 준비자산 내 금 비중이 1990년대 대비 현재 30%로 세 배 증가했다"며 "반면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에서 40%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치데바 전략가는 "준비자산 내 비중 기준으로 달러와 금 사이의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준비자산의 40%를 금으로 보유하려는 목표를 유지할 경우, 향후 5년 내 금 가격은 온스당 8,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웰스파고 역시 화폐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금값을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보다 더 중립적인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했다.
웰스파고는 금값이 온스당 8,0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UBS는 투자자들이 금을 방어적인 헤지 수단으로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UBS의 고든 애널리스트는 "최근 투기적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금값이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이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이라는 견해는 변함이 없으며, 금 가격이 곧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의 지정학적 우려가 진정된다면, 금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투자운용의 금 전략 책임자인 아카시 도시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시장의 기대는 금리 인하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으며, 이는 금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후보의 취임 역시 금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워시는 인공지능(AI)이 디스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면서, 중립 금리가 더 낮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매파적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시 책임자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연준 의장의 선출은 정책 변화 기대로 금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홍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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