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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의 다른시각] 채권 쓰러진 자리…주식은 뭘 보고 웃는가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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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채권의 온도 차, 그 이면의 보유편향

4월 23일 발표된 1분기 GDP 성장률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었다. 이에 국내 채권시장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고, 예측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한국은행의 7월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자료: Polymarket(2026년 4월 27일 자)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대표종목들의 주가 상승에 열광하며 앞다퉈 실적 전망을 높여온 반면, 채권시장에서 GDP 성장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차분하게 움직여왔다. 우리나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온도 차가 상당했던 것이다. 1분기 GDP 속보치에 놀란 반응을 보이는 채권시장을 보자면 '여긴 새삼스레 왜 이러나?' 하는 주식시장의 시선이 느껴진다. 물론 독일과 일본의 사례처럼 주가와 경기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기반한 수출 쏠림, 낙수효과 부재 등 변명거리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현상을 두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보유편향이 각기 다른 해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익 증가는 성과급 확대와 설비투자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잘 나간다며 K자형 양극화의 한계가 조명되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외에도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 민간 소비 증가가 발맞추며 성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확인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성과급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으니 이 또한 채권과는 다른 보유편향이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법인세가 100조원을 훌쩍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은 내년도 정부지출 확대로 이어져 성장의 연료가 될 수 있다.

◇AI 혁명, 한계비용 불변의 낯선 곡선

우리에게 익숙한 인터넷 성숙기는 이용자가 늘어도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규모의 경제와 한계비용 체감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AI 혁명 초기인 현재는 정보의 최소단위인 토큰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력과 반도체를 소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라이프자산운용의 강대권 대표는 "수요가 늘수록 비용은 비례해 늘어나는 '한계비용 불변'이라는 낯선 곡선이 들어섰다. 쓸수록 저렴해지는 세계가 아니라, 쓸수록 돈이 드는 세계다."라고 진단했다. 비록 나중에는 효율성이 높아지겠지만, 토큰 수요가 폭발하는 인프라 확장기에는 AI 하드웨어 공급자인 우리나라가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릴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경기 전망을 쉽사리 비관적으로 돌릴만한 환경은 아닐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작년 10월부터 진행된 우리나라의 '주식 강세, 채권 약세'는 단기 현상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굳히고 있다.

◇주식과 원자재 시장의 동상이몽

지난 4월 24일 자 연합인포맥스가 보도한 댈러스 연은 설문(美 에너지업체 40% "호르무즈 정상화, 11월 이후에나"…댈러스 연은 설문)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에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을 5월까지로 응답한 비중은 20%에 그쳤고, 상당수는 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는 주식시장의 기대보다 상당히 비관적인 편이다. 에너지 업계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각이 투영된 결과겠지만, 반대로 주식 시장은 다소 낙관에 빠져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기술주의 운명이 오일쇼크(공급망 문제)와 분리될 수는 없는데 그 연결고리는 중앙은행의 반응과 의사결정에 달려있다. 공급망 문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졌던 2021년, 미 연준은 제로금리를 유지한 결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했고,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가 낮아지면서 주식 강세장이 확장된 바 있다.

시장은 미국-이란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동결 또는 1회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2022년의 경우 강한 노동수요와 임금인상 압력이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는데, 현재 노동시장은 그 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상 우려를 낮추고 있다. 결국 고유가가 장기화하지 않거나, 연준이 굳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유편향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떠받치고 있다.

◇보유편향이 만든 유예된 조정, 경계심은 필요

금융시장은 각자의 자산이 유리한 방향으로 지표를 해석하는 보유편향의 각축장이다. 주식시장은 AI 인프라 낙수효과에 집중하며 언제일지 모를 긴축의 신호를 외면하고 있고, 원자재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를 수익의 기회로 투영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누리는 작금의 강세는 AI 인프라 확장기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겠다는 보유편향의 산물이다. 반면 채권시장은 그 비용 지불의 대가인 '고금리의 장기화'를 먼저 반영하며 고통스러운 조정을 겪고 있다. 변화한 경제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비용의 가치'는 일단 주식의 승리와 채권의 패배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단계에 진입했을 때가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에너지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질수록, 중앙은행이 끝까지 관대할 것이라는 믿음은 서서히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의 승전보에 취해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을 무시하기보단, 실질금리의 향방과 중앙은행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지점을 가늠해야 할 시기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자료: Fedwatch(2026년 4월 27일자)

◇보유편향이 만든 유예된 조정, 경계심은 필요

금융시장은 각자의 자산이 유리한 방향으로 지표를 해석하는 보유편향의 각축장이다. 주식시장은 AI 인프라 낙수효과에 집중하며 언제일지 모를 긴축의 신호를 외면하고 있고, 원자재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를 수익의 기회로 투영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누리는 작금의 강세는 AI 인프라 확장기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겠다는 보유편향의 산물이다. 반면 채권시장은 그 비용 지불의 대가인 '고금리의 장기화'를 먼저 반영하며 고통스러운 조정을 겪고 있다. 변화한 경제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비용의 가치'는 일단 주식의 승리와 채권의 패배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단계에 진입했을 때가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에너지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질수록, 중앙은행이 끝까지 관대할 것이라는 믿음은 서서히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의 승전보에 취해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을 무시하기보단, 실질금리의 향방과 중앙은행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지점을 가늠해야 할 시기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

장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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