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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코스피 7천500P 갈 겁니다" 비웃음 샀던 그때 그 보고서

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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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되는 KB증권 김동원의 예측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이러다 진짜 7천피 가겠는데…"

꿈의 지수라는 '코스피 7천피'. 이제는 힘차게 손 뻗으면 닿을 거리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요원한 숫자였다. 코스피 앞자리가 3과 4 사이를 오갈 때였다. 이때 '7'자를 처음 입에 올렸다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애널리스트가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이다.

1999년 굿모닝증권 연구원으로 증권가에 발을 들인 김 전무는 2003년 KB증권 전신인 현대증권 연구원 등을 거쳐 2023년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됐다. 28년간 여의도 밥을 먹은 스타 애널리스트다. 특히 증권업계 각 분야 최고 연구원에게 주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반도체 부문에 17년간 선정될 정도로 잔뼈 굵은 반도체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전무는 코스피지수가 4천선에 턱걸이하며 고전 중인 지난해 11월 6일 7천500포인트를 전망한 보고서를 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전망 평균치)와는 무려 3천포인트 정도 벌어진 수치였다. 반보가 아니라 백 걸음 앞서간 셈이다.

"소설도 아니고, 지금 7천피 전망이 말이 되나요? 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네요." 이 보고서로 그는 회사 안팎에서 눈총을 받았다. 한동안 여의도 식당가에선 식사 자리마다 단골 토론 주제로 올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그의 예측에 들어맞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4214선에서 마감한 코스피는 약 4개월 만인 전날 기준 6641선으로 올라섰다. 장중 한때는 사상 처음으로 6천700선을 터치했다. 지수는 올 들어서만 약 58% 폭등했다. 시장에서 그가 재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일명 '7천500P 보고서'…모두가 주저할 때 내린 용단

지난해 11월5일 코스피는 급락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장중 3천800선까지 밀리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상승장은 끝났다"는 추측들이 쏟아졌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건강한 조정"이라 보면서도 구체적인 눈높이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방향성을 짚어줄 목소리가 필요했다. 살지, 팔지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김 전무가 용단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 그는 보고서를 내고 "올해 5천피, 중장기 시나리오로는 7천500피까지 오른다"고 적었다.

보고서에서 김 전무는 코스피 조정은 대세적인 상승장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1986년 4월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환율) 당시 증시 조정과 오버랩 된다고 봤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조정을 겪고 한 달 뒤쯤 지수가 반등할 거라는 게 그의 예측이었다.

실제로 지수는 그렇게 가고 있다. 보고서 발간 약 한 달 만인 12월 중순부터 4천선에 완전히 안착했고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가파른 장기 우상향' 확신 있었다

물론 김 전무도 이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오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상향 흐름에 속도가 붙고 있어 7천피가 먼 얘기가 아닐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무는 연합인포맥스와 통화에서 "1986년부터 4년간 지수가 8배 올랐는데 지금 상승장이 당시 상승 사이클의 속도와 매우 비슷하더라"며 "장기 우상향할 거란 확신이 들었고 기업들의 실적도 가파르게 받쳐주고 있어 전망치를 크게 잡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섹터 전문가로서 리서치본부를 이끌었던 점도 시장 전망에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수 기여도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코스피 실적 개선이 당시 전체 시총의 40%에 육박하던 양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보다 분석적인 예측이 가능했다"며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등 과거 IT 산업의 성장 변곡점을 보면 15년씩은 성장을 했으니, 이번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도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주식시장은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도 적극 따랐다.

가계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 시키려는 정부 정책 기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을 봤다는 것.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시장 밸류에이션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확신에도 보고서에 숫자를 적기까지는 난항이 있었다. 그는 "증권사 관점(하우스 뷰)이기 때문에 혼자서 밀어붙일 수 없다. 당연히 이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들고 동료들과 사장님, 회장님을 설득했다"고 했다. 이어 "예측치가 엇나가면 증권사 평판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데 믿고 따라와 준 회사 임직원들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보고서를 내고 '너무 세게 본 것 아니냐'며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애널리스트는 늘 어깨에 예측의 부담과 책임을 지고 가는 입장이다. 평가를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앞서나간다는 비판도 달게 들었다"고 했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코스피 7500 너머도 가능하다

올해 코스피는 어디까지 오를까. 김 전무는 정부 정책이 시장에 빠르게 투영되고 있는 만큼 지수 상승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올 들어 많이 올랐지만 실적 개선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로 상승할 거라는 설명이다.

투자처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크고 기판과 부품 등 AI 인프라 관련주를 고루 담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다.

그는 "AI 인프라 사이클은 막 성장판이 열린 단계"라며 "반도체와 에너지, 전력, AI 기판·부품 등 AI 인프라의 모든 공급망 밸류체인이 국내 기업에 최적화돼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재조명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실적 상향 속도가 우리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더해 AI 중심의 반도체 실적 개선세가 계속해서 동반될 경우 연말까지 7천500포인트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주식은 여전히 너무 싸다"고 말했다. KB증권 리서치본부는 상반기 중 지수 전망을 상향 조정해 다시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시장 전망에서 '방향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예측은 틀릴 수 있지만 방향까지 틀려선 안 된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이라며 "외부 의견을 폭넓게 듣고 유연하게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오차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틀릴 가능성에 위축되기보다 확실한 근거들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전망은 결국 책임을 감수하는 일"이라며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자본시장에서 애널리스트의 순기능"이라고 밝혔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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