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전년比 58%↓…주택·건축서 큰 폭 감소
높은 주가 정당화할 실적 보여주지 못해
높은 신용도에도 갑작스런 자산재평가 결과 공시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현대건설[000720]이 올해 1분기 주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실적을 신고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수주액 모두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이익 창출력은 이전보다 오히려 약해졌다.
다락같이 오른 주가를 실적으로 뒷받침한 다른 건설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질적인 수주 성과 가시화가 중요해진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자산재평가를 했다고 공시했다. 신용등급이나 재무상황이 여타 기업과 달리 안정적이어서 배경에 의문을 자아냈다.
◇ 1Q 실적·수주액 부진…"페르미 원전도 지켜봐야"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조2천813억 원, 1천80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15.4% 줄었다.
현대건설의 역성장은 시장에서도 예견한 대로였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14곳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현대건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7천218억 원, 1천609억 원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 감소는 판관비가 늘어난 영향이었다. 올해 1분기 판관비는 3천243억 원으로 전년 동기(2천998억 원) 대비 8.2% 늘었다. 인건비(255억 원 증가), 대손상각비(342억 원 증가) 등에서 대부분 증가했다.
1분기 수주액 역시 저조했다. 현대건설의 1분기 수주액은 3조9천62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9조4천301억 원) 대비 58% 감소했다.
[출처: 현대건설 IR 자료]
본업인 건축·주택에서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별도 기준 현대건설의 1분기 건축 및 주택 수주액은 1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6조759억 원)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축·주택 수주액 역시 줄었다.
수주액은 평년에 비해서도 저조한 편에 속했다. 지난 2024년 1분기 수주액은 9조5천180억 원, 2023년 1분기에는 5조9천370억 원이었다.
오는 2분기부터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핵심 프로젝트 수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회사는 강조했으나, 증권가 내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는 미국 팰리세이즈 SMR, 복정역세권 개발사업, 파푸아뉴기니LNG 등 핵심 프로젝트의 수주가 2분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이던스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페르미 원전은 최근 경영진 교체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원전 기대감에 주가 수준은 유지…"해외 성과 가시화 여부 중요"
실적과 달리 현대건설 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합인포맥스 종합차트(화면번호 5000)에 따르면 현대건설 주식은 오전 11시 58분 기준 전일 대비 0.42% 밀린 16만6천400원에 거래됐다.
이달 8일 장중 19만8천400원까지 오른 뒤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7만 원 선에 머물렀다는 점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셈이다.
실적 발표 뒤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 다른 건설사와의 차이점이다.
대우건설[047040]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한때 주가가 4만 원을 돌파했다. 삼성E&A[028050] 주가도 영업이익 개선을 반영하며 오름세를 유지 하고 있다.
연초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 사업에 대한 수주 가능성이 주요 배경이었다.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이한우 대표 역시 지난해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현대건설의 글로벌 원전 영토 확장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며 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을 공언했다.
현대건설뿐만 아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375500] 등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글로벌 에너지 수주 경쟁을 예고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원가 압박도 커지고 있어 실질적인 수주 성과가 가시화가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성과가 예상대로 나타난다면 원가율 상승 압박은 밸류에이션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기 어렵다"면서 "반대로 해외 성과가 확인되지 않으면 원가율은 업종 재평가를 중단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자산재평가로 재무개선…추가 차입 신호일까
자산재평가의 시기에 대한 관심 역시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일 회사가 소유한 토지와 투자부동산에 대한 자산을 재평가했다고 공시했다. 공시로 자산재평가를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평가로 총 6천801억 원의 자본이 늘었다. 자산은 9천101억 원, 부채는 2천300억 원 각각 증가했다.
이에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17.2%포인트(p) 감소한 157.6%로 집계됐다.
신용도 관점에서 현대건설은 당장 부채비율을 개선할 유인이 큰 편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신용등급 변동 요인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비율과 부채비율을 제시했다. 하향 트리거로 각각 3% 미만, 150% 이상을 제시했다. 지난해 9월 기준 EBITDA/매출액 비율은 3.6%였다.
자산재평가를 할 경우 장부상 자산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법인세 부담 등을 짊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다.
다른 업종이긴 하나, 롯데쇼핑[023530]은 지난해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 등급 및 투자재원 조달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추가 차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이라던가 수익성 개선, 신용도 제고 등 뚜렷한 목표가 있어 공시를 통해 주주나 시장에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joongjp@yna.co.kr
정필중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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