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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다르다…은행권, 51조 서울시금고 쟁탈전 '기류 변화'

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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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ATM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신한은행의 수성이냐, 우리은행의 탈환이냐, 제3자의 반란이냐.

다음 달 초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는 서울시의 차기 금고 선정을 앞두고 은행들의 눈치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무리를 해서라도 일단 따내고 보자"며 필승을 다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도 상징성과 브랜드가치 제고 효과만 보고 '쩐의 전쟁'을 펼칠 시대는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자리 잡으며 비용 지출에 대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진 것도 고민이 되고 있다.

◇승패 가를 금리·출연금…마지노선 '고민'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 달 4~6일 차기 금고 선정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11~15일에 금고 업무 관리능력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한 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6월 중 약정을 체결, 하반기엔 수납시스템 구축 등 운영 준비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차기 시금고는 내년(2027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4년간 51조원이 넘는 서울시 자금을 관리한다. 이번 입찰이 올해 은행권 기관 영업의 '최대어'로 불리는 이유다. 1금고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2금고는 기금을 담당한다.

이에 은행들의 관심도 뜨겁다. 서울시가 지난 9일 개최한 입찰 설명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과 SC제일·IBK기업은행 등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항목과 배점은 행정안전부 예규와 조례에 따라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시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실적(7점) ▲녹색금융 이행실적(2점) 등으로 이뤄졌다.

이중 승패를 가를 핵심은 '금리'와 '지역사회 기여(출연금)'로 파악된다. 배점이 가장 큰 항목은 '금고 관리능력'과 '신용도·재무안정성'이지만, 4대 시중은행 정도면 사실상 만점을 받을 수 있어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달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이고, '정기예금 만기경과 시 적용금리'를 3점에서 1점으로 낮추는 등 '룰'에 변화를 줬다. 은행 간 점수 격차를 완화하던 '편차 축소 규정'도 삭제했다.

이는 은행들의 금리·지역사회 기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개정 조례안을 검토한 김태한 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비중이 큰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배점을 상향하고 금리경쟁을 유도해 지역사회 기여도 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존심 보다 '실리' 택하는 은행…이사회도 변수

은행들은 내부에 설치한 서울시금고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입찰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이번 수주전의 흥행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금고는 국가 수도의 돈을 굴린다는 상징성이 커 누구나 욕심을 냈다. 다소 무리한 베팅을 해서라도 무조건 따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2019년 신한은행이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옛 경성부금고)를 책임져온 우리은행으로부터 1금고를 뺏어오며 치열한 경쟁에 더욱 불이 붙었다. 4년 뒤 2금고까지 금고지기가 바뀌며 이러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우리은행으로선 자존심 회복을 위해 반드시 되찾아야 하고, 신한은행은 이를 막아내야 하는 격전지가 바로 서울시금고 수주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은행들이 금고 유치의 장점과 이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을 본격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하면서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모두 적어내야 하는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당장의 금리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심화한 상태다. 의욕이 앞서 욕심을 부렸다간 길게는 4년 동안 손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미 시금고 운영 자체로 마진을 얻기 보다 뒤따라오는 부대사업들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각종 사업에 우선해 참여할 기회가 생기고, 소속 공무원과 가족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품을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금고를 운영해본 경험과 노하우가 구금고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금고 금리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다. 사실상 금리를 높이라는 압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금고 운영 이래 최초로 약정 금리를 공개했다.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로 각종 의안을 과거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하나의 변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이사회가 좀 밀어붙이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사외이사 중심의 견제·감시 기능이 강해져 손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런 점도 고려해서 입찰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은행들의 눈치싸움이 더욱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출혈을 감수한 무조건적인 수주 아닌, 전략적으로 잘 따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로 연막작전을 펼치며 입찰 전략을 짜고 있다"며 "설령 우리가 떨어지더라도 경쟁사가 금액을 높게 쓸수록 우리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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