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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한국물 DCM…허울뿐인 공정에 실적 과점 심화

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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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의 주관 실적 과점 현상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리그테이블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 공기업의 발행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관 실적을 둔 양극화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상위사 중심의 견고한 리그테이블 체제가 철옹성처럼 자리매김하면서 이외 투자은행(IB)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공기업의 평가 방식이 오히려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외화 조달 서비스에 대한 질적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재편 속 상위사 점유율 쑥…천편일률 주관사단

30일 연합인포맥스 'KP물 주관순위'(화면번호 4431)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 한국물 전체 발행량의 34.34%에 해당하는 주관 실적은 HSBC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의 몫이었다.

세 하우스는 오랜 기간 한국물 시장의 주요 하우스로 안착해 상위사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과거에도 세 하우스가 통상 전체 물량의 30% 안팎을 주관하긴 했으나 1/3 이상을 넘어서는 일은 흔치 않았다.

지난해 외국계 부채자본시장(DCM) 뱅커들의 인력 이동에 따른 일부 하우스의 공백을 이들이 채우면서 시장 비중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최근 한국물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하우스가 늘어나면서 전체 참여 기관이 많아졌다는 점은 이러한 과점 체제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는 대목이다.

공기업 발행 비중이 높은 한국물 시장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 한국물은 일반적으로 발행 규모 등에 따라 3~6곳의 하우스를 주관사로 선정한다.

이중 공기업은 리그테이블 실적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터라 상위사 중심으로 맨데이트를 부여해 엇비슷한 주관사단 구성으로 발행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한국물은 하우스별 인력 규모가 크지 않아 쏠림 현상에 따른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DCM의 한국물 담당 인원은 통상 2~6명 정도"라며 "인원 규모는 하우스별로 비슷한데 딜은 일부 하우스로 몰리다 보니 이미 로드쇼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마저 펼쳐지고 있다"고 짚었다.

◇'빈익빈 부익부' 악순환…공정에 가려진 이면

지난해 더욱 심해진 실적 과점 현상이 올해의 주관사단 선정으로 연결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기업의 발행물이 쌓여가면서 상위사 중심의 실적 체제가 다시 공고해지는 실정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상위 세 곳 정도가 거의 모든 발행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공정 경쟁의 결과라기보단 리그테이블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풍토로 이러한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의 경우 주관사 선정 시 상대적으로 공정성이 더욱 강조되는 터라 정량화된 기준이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객관적인 수치를 볼 수 있는 리그테이블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젠 정량 평가가 오히려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

실적이 실적을 낳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중하위권 하우스는 물론 후발주자들의 진입 또한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은 결국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동안 중국물 발행이 줄면서 한국물 시장에 뛰어드는 외국계 하우스가 늘었지만 이러한 분위기 아래서는 다시 이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자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다시 발행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조달 라인을 활용해야 하는 발행사 입장에서 하우스 감소 및 채널 축소는 조달 역량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발행사의 경우 리그테이블 중심의 평가 기준 탓에 조달 서비스를 제공받는 하우스와 이후 달러채 발행물에서 선정하는 주관사가 다른 경우도 상당한 상황"이라며 "리그테이블 상위사가 아니면 서비스만 제공하고 수익은 벌어들이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해지면서 시장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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