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장원의 뷰포인트] 슈퍼엘니뇨와 호르무즈 봉쇄…애그플레이션 재림

26.04.30.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맞물리며 글로벌 경제에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공포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4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했던 곡물 공급망 충격이 이번에는 중동발(發) 전쟁으로 인한 물류 마비와 '슈퍼 엘니뇨'라는 기상 이변을 타고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일시적 물가 상승을 넘어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중동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농업 공급망은 치명타를 입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 세계 비료 거래량의 30%, 비료의 원료가 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다. 비료 공급 차질은 곧바로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식음료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대비 7.9% 급등했다. 작년 12월 1.8%로 저점을 찍은 뒤 올해 1~2월 3~4%대의 상승세를 보이다가 중동 전쟁을 반영하며 8%대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토마토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2% 상승했고, 야채가격은 90% 올랐으며 디젤 가격도 88% 급등했다고 한다.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세계는 곡물 가격 급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에는 '흑해 곡물 협정'이라는 외교적 타협안을 통해 파국을 면했다. 그러나 현재 중동 분쟁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갈등의 핵심 요소로 떠올라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이란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 중동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비료의 공급 차질이 글로벌 농업의 근간을 직접 타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지구 온난화와 결합한 '슈퍼 엘니뇨'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하반기 강력한 기상 이변이 발생할 확률을 높게 점치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주요 농업 지대에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유발할 전망이다. 과거 2015~2016년 슈퍼 엘니뇨 당시 남부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이 최대 3분의 2까지 급감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이번 엘니뇨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진다.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시장의 눈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로 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굳어질 경우 시장이 기대하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조기에 종료되고 다시 금리 인상 사이클로 회귀하는 것 아닌지 시장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캐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내정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통화정책에 녹여낼 것인지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공급 측의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고 물가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준 내부의 이견을 어떻게 조율해나갈지도 주목된다.

워시 내정자가 기대하는 생산성 향상을 주도할 AI 시대가 오기도 전에 AI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D램 가격 상승과 PC 등 전자제품 가격 인상, 전력 요금 급등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곳곳에서 선행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곳저곳에서 물가가 오른다는 신호만 찾을 수 있을 뿐 하락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세계 경제의 장기 호황을 뒷받침했던 '저물가·저금리'의 달콤한 시대는 저무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고물가가 일상이 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는 다각도의 대비가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식량 가격 폭등과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각종 물가상승은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인 위협이다. 물가 상승과 실물 경제 위축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편집국 선임기자)

Gemini AI가 제공한 생성형 이미지

jang73@yna.co.kr

이장원

이장원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