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은 2035년까지 한국의 철강 수출에 5억2천만~13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친환경이 더 이상 구호가 아닌 실제 비용으로 산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탈탄소를 숫자로 환산해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제도가 본격화하면서다.
CBAM이 대표 사례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할 경우,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적용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탈탄소 협력체 "CBAM으로 韓에 최대 32% 관세 효과"
여수 기후주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탈탄소 이니셔티브 '미션 파서블 파트너십(MPP)'의 레이철 하워드 디렉터는 "생산이 탈탄소화되지 않은 채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경우, CBAM은 2035년까지 한국의 대유럽 철강 수출에 5억2천만~13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화로 최대 1조9천억원이 넘는 규모로, 최대 29%의 관세 효과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해당 수치는 현재 단계적으로 시행 중인 CBAM이 100% 적용되는 2035년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또한 탄소 가격을 톤당 80·140·200유로로 가정한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계산됐다.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주요 철강 수출 기업들이 사실상 새로운 비용 구조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CBAM은 향후 다운스트림 산업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탄소집약적 제품의 무역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변화에 대해 "청정 에너지가 특히 철강 산업에서 경쟁력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력의 기준이 기존의 전통적인 원가·규모 등에서 에너지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워드 디렉터는 "청정 철강 생산으로의 전환은 전력과 수소의 경제성에 매우 민감하다"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그린 전력과 수소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철강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출처: MPP]
◇ "청정산업 뒷받침할 시장 먼저 만들어야"
한편 한국의 청정 산업 경쟁력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수소 생산 기술, 전력 계통 등의 분야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호주의 청정전력 확대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BESS 공급은 물론 전력 계통 통합, 금융, 설계·조달·시공(EPC) 등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선두주자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는 한국에 대해 "대규모 청정산업 투자를 뒷받침할 시장 구조가 완전히 갖춰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청정전력 확대도 아직 진행 중이고, 대형 청정산업 프로젝트에 '투자 적격' 수준의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는 수요 측면의 견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시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청정 산업을 확산하기 위해선, 기업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익 구조와 수요 신호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가 먼저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워드 디렉터는 이와 관련해 유럽은 이미 정책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의 청정산업전환촉진법은 저탄소 제품과 유럽산 산업 제품에 대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철강, 시멘트 등 전략 산업 분야를 중점 대상으로 한다.
끝으로 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청정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디렉터는 "이곳은 자원, 수요, 산업 역량이 함께 결합할 수 있는 곳이며, 이를 통해 대규모 청정 산업 확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출처: MPP]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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