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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은행 대출, 고신용자란 온실에 갇혀…신용평가 틀 과감히 넓혀야"

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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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은행의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돈벌이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신용평가의 틀을 과감히 넓혀야한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끊어진 시장을 잇는 방법: 금융을 다시 연결하는 설계'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의 반론대로 특정 구간에서 손실률이 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임계점이 과연 불변의 물리 법칙인가? 혹시 우리가 가진 낡은 측정 도구가 만들어낸 '자기실현적 예언'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금융이 그 지점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만 칠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건 불법 사금융과 절망"이라며 "이 판을 바꿔야 한다.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썼다.

김 실장은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며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은행이 자기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계단식 위기'를 넘어서는 진짜 금융의 근육이 생긴다"며 "그것이 금융의 본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낡은 신용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고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며 "이 데이터들은 중요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야 한다"며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규제가 아니라 면허에 따른 책임"이라며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민금융기관의 역할론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손꼽았다.

김 실장은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흐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서민금융기관은 '서로 아는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현실은 달라졌다"며 "노동은 유동적이고 소득은 분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흩어져 있다. '관계'를 전제로 한 기존 모델과 사람들이 '유동'하고 '원자화'된 기반의 현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존 기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유인을 설계하거나,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 실장은 "지금 한국 금융은 거대한 성채와 같다"며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城底十里)'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비유했다.

금융당국의 새로운 역할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당국은 건전성 관리와 시스템 위기 방지를 지고의 사명으로 삼아왔다. 소비자 보호조차 피해 구제에 치중했을 뿐"이라며 "당국은 혹시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결과적으로 성안의 기득권을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닌가.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성벽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용질서는 배제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정교한 구분과 이해에서도 만들어진다"며 "무분별하게 돈을 늘리자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제도 금융이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실장은 "은행들이 서민금융상품에 출연하고 재정이 중금리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 구조를 바꾸고 끊어진 구간을 다시 잇게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것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용범 정책실장,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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