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움직이는 회장실'이라는 말을 처음 꺼낸 건 20년도 더 전이다. 당시 그는 회장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길 원했다. 단순히 최종 보고와 결재가 오가는 수동적 의미가 아닌, 업무 판단이 필요한 곳 근처에서 기능하는 능동적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 고민은 지난 2007년 박 회장이 쓴 첫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도 잘 드러난다.
당시만 해도 박 회장이 언급했던 '움직이는 회장실'은 '현장 경영'의 다른 표현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박 회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1년의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보낸다고 한다. 뉴욕과 홍콩, 런던, 인도, 중국을 오가며 투자자를 만나고 딜을 점검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미래에셋 회장실은 항상 자본과 정보가 모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성실하게 사는 게 어떤 직업을 갖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던 박 회장의 어머니는 대학생 아들에게 택시를 타 시간을 아끼라고 권했다고 한다.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어머니에게 더 소중한 것은 돈보다 아들의 시간이었고, 그것이 곧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이러한 개념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과도 잘 맞는다. 시장은 더 이상 느리게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흐르고 넘친다. 판단의 '골든타임'은 더 짧아졌다. 남들이 찾아오는 회장실이 아닌, 박 회장이 직접 찾아가는 회장실로 역할을 재정립한 이유다.
그런 회장실에서 최근 박 회장은 하루의 절반을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 할애한다고 한다.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 투자자와 연결되는 시대, 회장실은 더 이상 특정 장소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언제, 어떤 투자자들과 연결돼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와 xAI, X(옛 트위터) 등 머스크가 이끄는 글로벌 기업 3곳에 총 6천100억원을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20여곳이 참여하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빅딜'에서도 박 회장의 선구안은 빛났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이달 중 약 50억달러(한화 7조4천억원)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올해 1분기 실적에만 1조원대 평가이익 반영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게 평가이익이라지만, 글로벌 시장 역대 최대 규모 IPO에 미래에셋이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의미 있는 포인트임에 틀림이 없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의 넓어진 글로벌 금융 영토를 증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8월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내놨던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지금의 미래에셋과 같은 금융사의 등장을 유도했던 노력이었다.
특히, 스페이스X 투자는 향후 시장과 자본이 향하게 될 길을 먼저 읽고, 그 지점에 먼저 닿는 것이 곧 글로벌 IB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 회장의 '움직이는 회장실'도 진화하고 있다. 물리적 이동이 아닌 선구안을 바탕으로 자본의 흐름에 먼저 올라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됐다. 박 회장의 회장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시장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증권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