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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때린 김용범…왜 지금 '금융의 판'을 흔드나

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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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등급 체계와 금리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단순한 '금융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타이밍과 맞물린 구조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금융 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제 제기지만, 실제로는 중·저신용자 정책금융 확대, 은행권 역할 재정립, 나아가 향후 금융규제 패키지의 명분 쌓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금융 양극화' 재점화…정책 드라이브 전초전

김 실장은 지난 3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3편에 걸쳐 기존의 신용등급과 금융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문제 제기는 '왜 가장 취약한 차주가 가장 비싼 금리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래 줄곧 언급해 온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대출 시장을 바라보는 이같은 시각은 단순한 도덕적 비판을 넘어 현행 신용평가 체계 자체를 정책 대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취약차주 지원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총량 규제는 유지하되 정책금융이나 보증을 통해 특정 계층에는 자금을 흘려야 하는 구조에서, 기존 신용등급 기반 가격체계는 정책 효과를 제약하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

결국 김 실장의 발언은 '금융은 시장 논리만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신호이자, 정책금융 확대의 정당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플랫폼·데이터 금융 압박…은행권 '이자 장사' 프레임 재가동

또 하나의 핵심은 신용평가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김 실장은 현행 시스템이 과거 금융이력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미래 상환능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 비판이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확대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시그널에 가깝다.

이미 인터넷은행과 일부 핀테크 업체들이 시도해온 모델을 제도권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주무부처인 금융당국 입장에서 본다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신용평가 모델을 바꾸지 않고서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실장의 이번 문제제기는 금리 구조까지 겨냥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그는 위험 기반 가격 책정이라는 금융의 기본 원리를 인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취약차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자 장사' 논란을 다시 정책 프레임으로 끌어올리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고금리 환경에서의 이익 확대가 사회적 논쟁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한번 금융사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결국 향후에는 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 강화, 사회적 책무 확대, 정책금융 출연 요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가계부채 정책 전환 포석…'중금리 시장' 재설계로 정책금융 확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총량 관리 기조를 쉽게 풀기 어렵다.

대신 특정 계층에 대한 '선별 완화'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실장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했다. 신용등급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선별적 금융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선제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결국 '총량은 묶되, 구조는 바꾼다'는 방향성 아래 신용평가·금리 체계 개편이 정책 수단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김 실장이 강조한 '중금리 시장 공백' 역시 정책적 함의가 분명해 보인다. 현재 금융시장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로 양분되면서, 중간 신용계층이 제도권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명확하다. 보증 확대, 정책금융 공급, 리스크 분담 구조 설계 등이다.

실제로 김 실장도 손실분담과 자본규제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정부 개입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비판이 아니라, 향후 재정과 정책금융을 활용한 '중금리 시장 재구축'의 사전 메시지로 해석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의 이번 발언은 금융의 기본 원리인 '위험에 따른 가격'과 정책 목표인 '포용 금융' 사이의 긴장을 어디까지 조정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시점에 신용등급을 건드린 것은, 결국 정부가 금융의 룰 자체를 다시 쓰려 한다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발언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광주=연합뉴스)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광주전남사진기자단] hs@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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