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안 철 수] 2026.2
(서울=연합인포맥스) ○…한때 취업 시장의 '정답지'처럼 여겨지던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증이 받는 대우가 요즘엔 달라졌다. 매년 1천명 안팎이 배출되는 이들 전문직보다 증권사 입사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의 무게추가 바뀌고 있어서다.
취업 준비생, 특히 서울 주요대학 상경계열 4학년 학생들에게는 '로스쿨보다 증권사 투자은행(IB) 입사가 더 좁은 문'이라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투자 등 주요 증권사 IB 부서는 연간 채용 규모는 50여명 안쪽이다. 반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는 매년 1천명 이상이 꾸준히 배출된다. 이렇다 보니 변호사·회계사 자격증이 증권사 입사에 활용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활황'인 리테일은 물론,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 수요가 확대되면서 증권사 IB의 존재감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은행이 전통적인 대출 중심 비즈니스에 머무는 동안 자본시장은 기업의 성장과 구조재편을 직접 설계하는 영역으로 확장됐다.
특히,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활성화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존재감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래에셋, 한투 등은 이미 증권사 자체로 시중은행급 퍼포먼스를 내는 곳이 됐다.
그 결과 취업 선호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안정성과 보수 측면에서 은행권이 우위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은행은 안정, 증권은 기회'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IB는 단순 금융업을 넘어 기업의 전략과 산업 구조 변화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커리어로 꼽힌다.
전문직 시장의 변화도 한 몫 했다.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증은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지만, 자격 취득 이후의 경로는 예전만큼 단선적이지 않다.
법률·회계 서비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일부는 기업이나 금융사로 이동해 사실상 '영업'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라이선스가 곧 안정된 직업을 보장해주던 옛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증권사 IB는 여전히 '소수 정예'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분석력과 네트워크, 실행 경험이 굉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성과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도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IB 경력은 이후 선택지가 넓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사모펀드(PE), 벤처캐피탈(VC), 대기업 전략 부서 등으로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이 커리어 자산으로 쌓인다. 단일 전문직 자격보다 '시장 경험'이 더 큰 가치를 갖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IB 업무는 높은 업무 강도와 긴 근무시간, 업무 긴장감을 동반한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성과 압박도 크다. 그럼에도 취업 시장에서, 최소한 상경 계열 대학 4학년들에 증권사 'IB맨'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최근 한 대학교의 채용 현장을 다녀온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에게 들은 말은 이러한 현실을 더 와닿게 했다.
이 관계자는 "변호사, 회계사보다 요즘은 IB맨이란 이야기를 학생들이 하더라"며 "예전 상사맨을 향했던 우리 때 동경이 생각날 정도"라고 전했다.
이는 이젠 취업 선호도가 다시 '안정성'에서 '확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십여년 전만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보다는 '공기업'이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였다. 하지만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정해진 경로를 충실히 따라가기 보다는 시장의 한복판에서 기회를 만들어가는 선택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다. (증권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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