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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조준] 신용등급 사라지나…'원칙'의 붕괴

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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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이 쏘아올린 '금융 계급제 해소'…시스템 개편 논의 본격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이수용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잇달아 '잔인한 금융'이라며 금융 양극화를 지적하자,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 가동을 통한 종합적 문제 해결에 나섰다.

TF는 기존 신용등급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비롯해 금융의 역할 재정립,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출범한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보다 활동 범위를 넓혀 김 실장이 제시한 아젠다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개최된 간부회의에서 신용대출 프로그램과 포용금융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실장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개인 SNS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라는 제목의 글을 연속으로 올려 한국금융의 신용대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해법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공개적으로 겨냥한 거침없는 메시지에 화들짝 놀라 연휴 직후 첫 영업일에 곧바로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도 은행·중소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에서 김 실장은 "신용등급은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며 한국금융의 대출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취임 이래 줄곧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이자를 내느냐"고 지적해온 이재명 대통령과 동일한 문제의식이다.

이는 결국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더 비싼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를 바꾸라는 주문으로, 리스크 기반 가격 책정이라는 금융 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뒤흔든다. 이른바 '원칙'의 붕괴로, 금융당국과 업계가 당연하게 여겨온 신용평가체계와 금리 구조에 경종을 울렸다.

현재 국내 신용등급은 기본적으로 금융 데이터를 중심으로 책정된다. 김 실장의 언급처럼 미래 상환 능력이 아닌 과거 연체 이력과 카드 사용 내역 등 금융 거래 기록을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개인신용평점은 ▲상환이력(21%) ▲부채수준(24%) ▲신용거래기간(9%) ▲신용거래형태(38%) ▲비금융/마이데이터(8%) 등을 고려해 매겨진다. 현실적으로 성실 납부 실적 등 비금융정보는 재량적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정도다. 만약 장기 연체 경험이 있다면 상환이력(32%)과 부채수준(25%)의 배점이 더 커진다.

신용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보통 기준금리(코픽스/금융채)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신용대출 금리를 산출한다. 예적금과 급여, 카드 사용 등 금융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가 최종 금리를 낮추는 구조다.

결국 과거 금융 기록이 신용등급과 금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도 리스크를 반영하기 때문에 고신용자일수록 금리가 낮고, 중·저신용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비금융 정보 중심의 신용평가체계가 거론돼왔다.

김 실장 역시 "낡은 신용평가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며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용을 통해 만든 '삶의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신·공공요금 납부 내역과 보험·적금 납부 이력, 소비 패턴 등 대안 정보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이러한 정보들을 활용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차주의 과거 금융 이력을 들여다보기보단, 현재 얼마나 성실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시중 은행들 역시 대안 정보를 기반으로 별도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활용하는 추세다.

이는 금융당국이 올 초 TF를 꾸려 추진해온 신용평가 시스템 개편 방향과도 일치한다.

당국은 소상공인 대출에 세금 납부 정보와 카드 매출, 상권 유동 인구, 리뷰 평점 등 비금융·비정형 정보를 활용하는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논의 중이다. 리스크 관점의 평가 대신 미래 성장성과 사업성을 충분히 반영하자는 취지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sylee3@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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