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개선에 생산(실질GDP)-소득(실질GDI) 괴리, 실질GDP-명목GDP 괴리
지난 4월 23일에 발표된 2026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QoQ 1.7%, YoY 3.6%로 예상치를 정말 큰 폭으로 상회하였다. 한은 예상치의 두배에 달하는 GDP 성장률도 놀라웠지만, 전분기 대비 7.5%(연 환산으로는 30%!!)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대중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해설에 따르면 전 분기 대비 GDI 성장률은 3저 호황이 한창이던 (현재 시장참가자 중 3저 호황 때의 시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있을까?) 1988년 이후 최대폭의 성장이라고 한다.
수치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한국은행이 2026년 수정 전망을 발표한 것이 지난 2월 26일이었다는 것이다. 평소 한국은행이 보여주었던 예측 능력을 생각하면 이러한 숫자의 괴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지난 두 번의 칼럼에서 올해는 교역조건의 급격한 개선으로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또 실질 GDP(생산)와 실질 GDI(소득)의 차이도 마찬가지 이유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이번에 발표된 1분기 GDP와 GDI 데이터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화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한다. 반도체 가격상승으로 급격히 개선된 교역조건 때문에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그래도 예상보다는 훨씬 크게 늘었다), 수출상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교역조건의 개선이 반영되는 또 다른 경제 수치가 GDP 디플레이터이니, 지난 1분기의 명목 GDP 성장률은 아마도 실질 GDI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정도 수준, 다시 말해 QoQ기준 8%, YoY기준 15% 정도였을 것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QoQ 6.5%, YoY 11.5% 수준이었을 것이다)
지난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CPI와 GDP 디플레이터의 극심한 괴리, 다시 말해 실질 GDP와 명목 GDP의 괴리 혹은 GDI와 GDP의 괴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을 감안한 예측모형을 보유한 기관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점이 거의 모든 기관이 1분기 성장률을 과소 예측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모델을 수정하지 않는 한 성장률과 물가의 과소예측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현상이 2010년대 초와 2021~22년에 있었다. 2010년대 초에는 금융위기 후 지속된 유효수요 부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지속적으로 과대 예측한 바 있고, 2022~23년에는 이전소득에 의한 가계의 소득 증가와 공급 애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속해 물가를 과소 예측한 바 있다. 즉, 예측에 있어 체계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GDP 데이터 발표 후 대부분의 기관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상향하였지만,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명목 GDP와 실질 GDI의 급격한 성장에도 실질 GDP와 물가의 변화는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소득과 명목생산은 크게 증가하지만, 생산량 증가는 크지 않아서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의 양은 별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물가에 주는 상방압력은 크지 않다는 점과 반도체가격 상승추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정책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GDI나 명목 GDP가 명시적으로 정책 결정에 고려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정책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키지 않은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저술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소득과 생산지표, 그리고 명목생산과 실질 생산지표의 괴리는 전례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모델을 이용한 예측은 성장과 물가를 지속적으로 과소예측 하는 체계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보다 직관적으로 이야기해보자.
2025년 한국의 명목 GDP 규모는 2천650조원, 명목 GDI 규모는 2천700조원이었다. 두 지표의 2026년 명목 증가율이 15%라고 한다면 2026년의 한국경제 규모는 3천100조원 수준이 된다. 지난 20년간 명목 경제 규모의 증가율은 5%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를 근로소득자에 비유하면, 매해 5% 정도의 임금인상에 익숙한 사람에게 15%의 임금인상을 해준 것과 같다. 혹은, 2천700만원의 소득이 있던 집에 해외에 일하러 간 가장이 3천100만원을 송금해준 것과도 같다.(국내의 생산요소 투입 증가가 없는 소득 증가라는 점에서 해외이전소득 증가와 유사한 점이 있어서 이런 예를 들었다) 이러한 소득 증가를 전액 저축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소득의 증가는 지출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가계가 지출을 늘리면 소비의 증가로,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재정지출의 증가로, 기업이 지출을 늘리면 투자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소득 증가는 자산가격 상승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에 의한 wealth effect(부의 효과)와 결합하여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명목 규모의 확장, 혹은 급격한 GDI의 증가는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Wealth Effect(부의 효과)'와 함께 경기 하방을 지지하는 강력한 완충작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촉매가 작동할 경우 경제 내의 소비와 투자의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교역조건 개선과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성장과 물가가 예상보다 높을 위험이 상존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실질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반으로 중립금리를 산출하는 것이 현재 시장참가자들이 익숙한 방법이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산출한 중립 금리는 현재 금리와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GDP와 GDI의 차이가 크고, CPI와 GDP 디플레이터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실제 경제환경에 부합하는 중립 금리는 전술한 방법으로 산출한 중립 금리보다 높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질 GDP+CPI-정책금리'는 역사적 평균 근처이겠지만, '명목 GDP(혹은 GDI)+CPI-정책금리'는 역사적 평균에서 아득히 멀리 있다는 것이며, 이는 현재의 금리가 생각보다 더 완화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역조건의 급격한 개선과 그로 인한 경제지표들의 괴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모델은 체계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역시 실제 경제 상황에 부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자산가격 상승이 함께 일어나면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다시 챙겨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유창범 WiseFriend 대표)
장순환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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