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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역습③] 中 견제에 K배터리 수혜…'현지 인력난'은 숙제

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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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산업가속화법으로 '유럽산' 배터리 압박

"기술·자본 있으나, 맞는 일꾼이 없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출처: 폴란드 브로츠와프 홈페이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중국 배터리업체를 정조준하며 꺼내든 산업가속화법(IAA)은 한국 배터리 3사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도 '역내 노동자 50% 고용'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만성적인 인력난이 풀어야 할 숙제로 부상했다.

◇메이드 인 유럽·현지 인력 50% 고용 맞춰야

6일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공공재정을 활용해 배터리·전기차·철강 등 전략산업 제조역량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이 법안은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춰 경제안보를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배터리업계가 주목하는 법안의 핵심은 두 갈래다.

첫째는 '메이드 인 유럽' 지원으로, 법안이 시행되면 배터리셀을 포함한 3개 이상의 주요 배터리 구성품이 유럽산이어야 혜택을 받는다. 시행 3년 후에는 셀·양극재·배터리관리시스템(EMS)을 포함해 최소 5개 요소가 유럽산이어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배터리 전체 가치에서의 비율을 따지는 것과 달리, IAA는 핵심 부품의 '개수'를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단한다.

외국인투자심사도 강화한다. 전 세계 생산능력의 40% 이상을 통제하는 나라에 속한 기업이 EU에 1억유로 넘게 투자할 때 6개 요건 중 4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산업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견제 장치"라고 해석했다.

6개 요건은 전체 인력의 50% 이상 EU 국적 노동자 고용(필수), 해외기업 지분제한(49% 이하), EU 역내 법인과의 합작투자, 지식재산권(IP) 및 노하우 라이선스 계약, 연간 총매출의 1% 이상 EU 내 연구개발(R&D) 투자, 투입재의 30% 이상을 EU 내에서 조달하는 공급망 전략 등이다.

◇탈중국 반사이익에도 구조적 인력난 해결해야

국내 배터리 3사는 IAA 요건을 비교적 수월하게 충족할 수 있다. 유럽 현지에 거점을 선제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80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을 갖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파우치형 자동차 배터리와 파우치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삼성SDI의 경우 40GWh 생산능력을 갖춘 헝가리 괴드 배터리공장을 가동 중이고, SK온도 48GWh 생산능력을 갖춘 헝가리 코마롬 등에서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AA 법안에서) 탈중국에 대한 세부 내용이 강력하게 구체화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공장 가동률은 2025년 40%대에서 2028년 60~80%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SDI에 관해서도 유럽 공장 가동률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력 부족으로 멈춰선 유럽 배터리공장

[출처: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문제는 현지 고용이다. '메이드 인 유럽' 기조 때문에 현지 생산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게 불가피한 구조다. 그런데 IAA는 해외 기업이 EU에 1억유로 이상 투자할 때 인력 중 50% 이상을 EU 국적자로 채용하기를 강제한다.

국내 업계에서는 유럽 인력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한다. 폴란드와 헝가리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에서 넘어온 생산직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데다 동유럽 노동자의 생산성이 비교적 낮다는 평가 때문이다. 과거 신영준 LG에너지솔루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한 컨퍼런스에서 "폴란드 근로자의 주인의식은 한국만큼 높지 않다"며 "폴란드 공장에서 대량 생산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지에서도 인력 문제는 거론되고 있다. 유럽 친환경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노에너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배터리산업 등에 관해 "대규모 건설이 계획됐으나 관련 인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사업 진행 지연, 비용 증가, 규제 및 운영 리스크 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인력 병목' 속 이노에너지는 유럽 배터리 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다. 유럽 전역의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1천800만명의 근로자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그중 80만명은 배터리 분야에서 훈련받아야 한다는 게 이 교육기관의 구상이다. 이노에너지는 "기술과 자본은 준비됐으나, 진정한 제약 요소는 인력"이라고 우려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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