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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靑정책실장의 '금융구조 개편'

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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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3편의 글이 화제다. 그는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 '금융위기는 누가 만들었나:절벽으로 설계된 도넛시장', '끊어진 시장을 잇는 방법:금융을 다시 연결하는 설계'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3편의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2026.4.27 superdoo82@yna.co.kr

김 실장은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적용받는 기존 신용등급 체제를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구조가 금융의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인 금융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사실 새로운 게 아니지만, 국정운영에 관한 사항을 보좌하는 장관급 핵심 참모가 이른바 자기 반성문을 쓰면서까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부정하는 듯한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물론 문제 제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금융비용과 과도한 채무부담을 줄이고, 금융소외층의 금융지원 확대 등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포용금융 강화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사람이 가장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금융 체제가 현실이다. 금융지원이 절실한데, 대출은커녕 제도권 금융에 접근조차 못 하는 금융 약자도 도처에 널렸다.

그러나 말처럼 기존 금융체계를 쉽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융과 신용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금융이란 게 사실상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핵심적인 변수도 신용등급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자의 적용금리가 달라지듯 신용등급에 따란 회사채 투자금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견실한 삼성전자와 투기 등급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다른 것은 재무제표와 사업 기반,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용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할 때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는 금리가 아프리카나 남미 특정 국가보다 낮은 것도 상대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높은 덕분이다.

이처럼 신용등급은 금융을 작동하는 근간이란 점에서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원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공정성 문제에서도 비껴가기 어렵다. 신용평가와 금리는 모든 금융소비자에 공정하게 적용돼야 하고, 다른 시장참가자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저신용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면,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았던 성실 상환자들이 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용범 실장의 주장처럼 금융 양극화를 해소하고 취약층·저소득층도 금융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시장원리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게 맞다. 자칫 정치 논리를 강조하다가 왜곡된 시장구조를 만들기보다는, 서민금융 기능 확대나 금융기관에 대한 ESG 평가 확대 등 그나마 시장이 용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뉴스융합실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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