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이 공급발 인플레이션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시장 구조 변화로 전통적인 자산배분 체계의 분산투자 효과가 약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협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6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 심포지엄 패널토론에서 "최근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자산배분을 해오던 프레임워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 급등 현상을 대표적인 변화 신호로 꼽았다.
손 실장은 "영국 30년물 금리는 6%에 가깝고 미국도 5%에 근접했으며 저성장 국가인 일본과 독일도 4%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이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보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특히 공급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주식·채권 분산투자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실장은 "2022년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최근 가장 괴로웠던 한 해였다"며 "채권이 주식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고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주요 원인이었고, 1980년대 초 대(大)인플레이션 시기 역시 석유발 인플레이션 속에서 유사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 간 상관관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확산에 따른 시장 양극화 현상도 새로운 변수로 언급했다.
손 실장은 "AI가 확산하면서 같은 자산군 안에서도 특정 섹터나 종목은 실적과 수익률이 매우 좋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과의 괴리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자산군 간 변동성보다 자산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자산군 분류만으로는 분산투자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서로 다른 자산군이라도 동일한 공통 요인이 수익률을 좌우한다면 다른 렌즈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단·장기 효과가 혼재한다는 점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고민되는 부분이다.
손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고정자산 투자 급증과 과잉 투자, 신용 리스크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모대출 시장과 리테일 자금 유입 확대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는 기관투자자 중심이던 대체투자 시장에 리테일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펀드런 가능성이 생기는 구조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응해 국민연금은 기존의 정적 자산배분 체계에서 보다 유연한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실장은 "앞서 통합포트폴리오(TPA) 체계로 전환하면서 기존처럼 목표 비중을 단순히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동적으로 자산배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운용역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다변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지, 새로운 투자자산 등장 시 리스크를 어떻게 분석할지, 조직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율할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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