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7천피' 시대에 짐 싸는 대주주들…매도 사전공시 3.8조 '역대 최대'

26.05.07.
읽는시간 0

4월 53곳 시행 이래 최다…기습 블록딜 차단 '안전장치' 입증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상장사 임원·주요주주의 주식 매각 사전공시 규모가 제도 시행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고가 행진 속 차익실현 매도가 쏟아지면서다.

강세장 국면에서 사전공시제도가 기습 블록딜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거래계획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는 총 54곳으로 제도 시행(2024년 7월)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신고된 매도 거래계획 금액은 3조 9천490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 시행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대였던 지난해 10월(50곳·2조 6천361억원)을 큰 폭으로 웃도는 규모다.

◇'7,000피'에 차익실현 봇물…지난달만 4조 팔았다

가장 큰 건은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 지분 처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보유 중인 HD현대중공업 보통주 453만 4천814주(4.32%)를 기초자산으로 2조 3천723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권 기업 리노공업도 최근 1년간 주가가 220% 넘게 뛴 가운데 이채윤 최대주주(대표)가 보통주 700만 주(9.18%)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신고했다. 지난달 23일 종가(12만 3천300원) 기준 산정 규모만 8천631억원에 달한다.

지주회사 아주는 자회사 아주IB투자(1년 새 주가 575% 급등) 지분 7%(848만 주)를 1천586억원 규모 블록딜로 매각하기로 했다.

공시 직후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일견 악재로 비치지만, 실상은 일반 주주를 위한 '안전장치'다. 공시 시점에 즉시 매도할 수 있는 일반 주주와 달리, 대주주는 30일 뒤 거래개시일을 기다려 떨어진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주주가 대주주보다 높은 단가에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다.

내부정보 활용 매도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거래 개시 30일 전에 매각 계획을 공개해야 하는 만큼, 실적 발표나 악재 공시를 앞두고 대주주가 기습적으로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거래 구조가 어려워졌다. 매도 단가가 높을수록 대주주 이익도 커지는 만큼,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알리기 전에 매도하려는 유인도 줄어든다.

[연합인포맥스]

◇정보 비대칭 해소…'매매 신호' 해석엔 신중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도는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 또는 50억원 이상 규모로 자사 주식 등을 거래할 때, 거래 개시 30일 전까지 의무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대주주의 기습적인 대규모 지분 매도로 일반 투자자가 뒤늦게 손실을 보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주도로 2024년 7월 도입됐다. 위반 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시장에서는 강세장에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에 해당 제도가 일반 투자자의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평가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사전공시를 통해 일반 주주들이 최대주주의 대규모 매각 의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처럼 갑작스러운 블록딜에 일반 투자자만 뒤늦게 손실을 떠안는 패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매도 결정을 곧바로 주가 고점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공시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종목이 적지 않아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전공시는 정보 비대칭을 줄여주는 장치이지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다"라며 "공시 내용과 함께 매각 사유, 기업 펀더멘털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이규선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