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두고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곳곳에서 드러난 위기의 징후에도 A급 신용등급에 대한 경고등을 켜기는커녕 후행적으로 등급 조정에 나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차입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매수하는 리츠의 특성에 해외자산 편입에 따른 환헤지 파생 계약까지 엮여 채권의 구조적 후순위성 지위가 더욱 짙었으나 이러한 부분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는 2021년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사채와 전단채 등급으로 각각 'A-', 'A2-' 등급을 부여했다.
투자 적격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후 벨기에 자산가치 하락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자 BBB급으로 등급을 낮춘 후 전자단기사채 채무불이행 및 회생 신청에 'D' 등급을 부여했다.
사실상 보름도 채 안 돼 'A-' 채권이 'D' 등급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 신용평가사의 안일한 등급 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채무의 성격을 따져볼 때 선순위채라는 지위를 부여하기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채권 투자자의 위태로운 지위는 부채 구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연결 기준 전체 부채(1조5천618억원) 중 자산에 직접적인 담보권을 설정한 해외 대주단 차입금(9천513억원)과 환헤지를 위한 파생상품 금융부채(1천349억원) 비중이 69%에 달했다.
상환 순위상 장기차입금의 주체인 대주단과 환헤지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채권·전단채(4천230억원)는 명목만 선순위였던 셈이다.
통상 회사채는 무담보, 무보증 사채 및 기타 채무와 같은 순위의 상환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순위 지위를 얻는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사채 발행조차도 선순위 차입금 상환을 위한 도구였다.
국내 시장에서의 조달에 나서게 된 건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선순위 대출의 분할 상환과 유로 환헤지 롤오버 정산을 위해서였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실제 구조를 뜯어보면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후순위 성격을 띠고 있는 듯한데 공모채 및 전단채의 지위를 받았다"며 "사실상 구조화 금융에 대한 리스크가 덜 반영되면서 등급이 높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구조화 금융상품의 경우 신용평가 측면의 보수성이 더욱 짙다.
은행의 자금 보충 약정이나 구조화 자산의 풀링(Pooling) 등을 고려하며 보다 까다롭게 등급을 부여한다.
등급이 부여되지 않는 최후순위(에쿼티)가 일차적인 손실을 흡수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터라 채권은 자산 처분 시 잔여 이익을 통해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반면 제이알글로벌리츠 채권은 선순위채 지위 속에서 실질적인 구조적 후순위성 위험이 간과된 채 등급을 받은 모습이다.
다만,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구조상 선순위채 등급을 받는 게 당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채권 시장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절차상 국내 법인이 바로 해외 부동산을 사기 어려운 구조인 터라 손자회사로 매입한 경우"라며 "신평사 입장에선 발행 주체인 모회사의 상환 순위만 따지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발행사가 유동성 관리를 온전히 해내지 못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신평사가 리츠를 일반 기업의 잣대로 평가하면서 사각지대를 키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반 기업 역시 담보 차입금과 별개로 선순위채를 찍는다.
다만 일반 기업은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과 다양한 무담보 자산이라는 완충 요소가 있다.
반면 리츠는 보유 자산이 부동산에 국한된 터라 담보 가치가 하락하는 순간 채권 투자자의 상환 후순위성이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대주단이 영업 현금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다.
특히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손자회사인 벨기에 자산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던 터라 관련 리스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신용평가사로 비판의 화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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