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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이 쏜 화살에…금융지주 내 중금리 대출 '밥그릇 싸움' 우려

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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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저축은행 간 카니발라이제이션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정부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금융지주 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역할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주문에 따라 은행권이 신용평가 체계를 손질해 중신용자 대출을 늘릴 경우 그간 계열 저축은행이 맡아온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영역과 고객군이 겹치며 지주 내 자기 잠식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 업계는 벌써부터 상대적 우량 차주 이탈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 겸 제7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포용적 금융'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회의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의 SNS 글과 관련해 힘을 실어준 데 이어 금융위를 향해 "아주 잘하고 있다. 엄청난 실적들을 내고 있다"며 공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은행은 민간 기업이 아닌 준공공기관"이라 강조하면서 "포용적 금융에 동참하지 않는 은행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없느냐"고도 물었다.

연일 발언 수위가 세지며 금융권도 정부의 후속 조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은행권은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출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경우 가장 먼저 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영업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서민금융보다 자체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취급하는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영역에서 고객군이 겹차기 때문이다.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한 배경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축 확보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국 압박에 부실 회사를 떠안은 측면이 컸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은행이 직접 취급하기 어려운 중·저신용 차주를 흡수하는 보완 채널로 자리 잡았다. 은행 심사에서 거절되거나 한도가 부족한 고객은 계열 저축은행으로 연결되고, 이러한 보완관계는 고객의 그룹 '락인'을 강화했다.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신용도별로 역할을 나눈 연계영업 구조였던 셈이다.

은행의 중금리대출 확대는 이러한 공생 관계를 깨트리게 된다.

시중은행이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신용 차주를 직접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은 성장성과 건전성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2016, 금융위)

[출처 : 금융위원회]

민간 중금리대출은 이미 은행과 저축은행이 일부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는 6천348억원으로, 계열 저축은행 4곳의 취급 실적 2천186억원을 웃돈다. 은행권이 정책 압박에 따라 해당 영역을 더 넓힐 경우, 지주 계열 저축은행과의 고객군 중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금리 수준에서도 일부 접점이 확인된다.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의 701~800점대 평균금리는 10%대지만, 상품별 최저금리는 6%대 후반대다. 같은 신용점수 구간에서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6%대 중반 수준임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고객군에서도 은행으로 돌릴 수 있는 상대적 우량 차주가 일부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은행과 저축은행의 고객군이 전면적으로 겹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동일 신용점수 구간이라도 차주의 기대출, 소득 형태, 내부 평가 결과에 따라 실제 대출 가능 여부는 달라진다. 은행권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더라도 저축은행의 고위험 차주까지 흡수하기는 제한적이다. 결국 내부 잠식 우려는 민간 중금리대출 전체가 아니라, 그중 은행권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상대적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한 저축은행업계 고위 임원은 "지금처럼 정책 방향이 잡히면 은행이 중신용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차주를 선점하고 저축은행에는 리스크가 큰 차주만 남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저축은행은 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건전성 부담이 더 커져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미 각종 규제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인데, 구조 변화까지 겹치면 버틸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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