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증권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외부 환경에 기댄 손쉬운 장사에서 벗어나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모험자본 공급'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는 7일 오후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등 유관기관을 소집해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 부위원장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자본이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손쉬운 수익 창출에 활용됐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벤처 생태계의 오랜 병목구간인 회수 시장에 증권업계가 먼저 유동성을 공급하고, 미래 판도를 바꿀 혁신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의 획일적인 영업 행태도 지적했다.
권 부위원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복제는 제로섬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회사별 개성이 보이지 않고 유행하는 수익원을 좇는 미투(Me-too) 전략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투자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시장 호황기에 성과급 잔치로 리스크 관리를 외면하다 위기 시 유동성 애로를 토로하는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불완전판매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으로 흔들린 업계의 신뢰 회복도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주체인 중기특화 증권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제도 개편에도 나서기로 했다.
당장 내달 6기 지정부터 지정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대상 회사 수도 8개사 내외에서 10개사 내외로 확대해 중장기 자금 공급 유인을 높인다.
참여를 독려할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된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3년으로 늘리고 기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와 만기를 우대한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내년 중 전용 펀드를 신규 조성하며, 기업은행은 6기 중기특화 증권사가 조성하는 펀드에 1천억 원 이상을 출자하기로 했다. 기존 지정 증권사에 주어지던 정성평가 면제 특혜를 폐지하고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비중을 5대5로 맞추는 등 평가 기준의 공정성도 손질했다.
금투업계 차원의 벤처 생태계 지원책도 속도를 낸다. 업계는 기업공개(IPO)에 편중된 벤처 회수 시장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약 1조~2조 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투자를 추진 중이며, 내달 중 세부 운영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자금 수요자인 혁신기업과 공급자인 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모험자본 중개 플랫폼'도 오는 7월 출범을 목표로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 속에 뇌관으로 지목되는 신용융자와 미수, CFD 등 레버리지 투자 동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는 최고경영자(CEO) 주관하에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증권사들에 당부했다.
한편,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지닌 7개 종투사의 올해 1분기 모험자본 공급액은 총 9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2조 원(25.7%) 늘어난 규모다. 조달액(발행어음 및 IMA) 대비 평균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17.3%로, 올해 규제 비율인 10%를 모두 웃돌았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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