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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재무제표 밖 '기세'까지"…이규원 키움證 모험자본심사팀장

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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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 대형주부터 비상장 벤처까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은행·증권·저축은행·벤처캐피탈(VC)이 한자리에서 맞붙는 시대다. 모험자본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그만큼 '진짜 투자'와 '무늬만 혁신'을 가려내는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졌다.

올해 1월 신설된 키움증권 모험자본투자심사팀을 이끄는 이규원 팀장은 그 선별의 최전선에 서 있다.

동양종금증권으로 금융권에 첫발을 디딘 그는 농협은행 기업대출 심사를 거쳐 한국기업평가에서 일했다. 키움증권에 합류해서는 PI(자기자본투자) 투자심사와 리테일 리스크 관리를 두루 거친 '심사통'이다.

최근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 팀장은 "숫자 이면의 현장, 그리고 기업의 진정한 자본 확충을 돕는 것이 모험자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리테일 고객 아픔 알기에…'무늬만 혁신' 솎아낸다"

이 팀장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금융 심사뿐 아니라 리테일까지 직접 겪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첫 발을 디뎠을 때는 '동양 사태'의 여파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심사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키움증권 내 리테일 심사파트가 신설됐을 당시 그는 초대 파트장으로 발탁돼 개인 고객 대상 종목별 증거금률과 신용 대출 등급을 조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고객의 소중한 자산이 위험 종목에 쏠리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이었고, 이 경험은 현재의 벤처 및 모험자본 심사 철학으로도 이어졌다.

이 팀장은 "겉보기만 화려한 기업 딜(Deal)을 심사할 때, 회사의 PI 투자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종목의 리테일 신용 대출 한도도 선제적으로 조였다"며 "우리 고객들의 돈이 실체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걸 막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기업을 평가할 때 아마존 판매 순위나 R&D(연구개발) 인력 현황 등 실질적인 지표까지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누구나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는 아마존 뷰티 랭킹처럼 실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지도 본다"고 말했다.

◇진정한 모험자본은 대출 아닌 '에쿼티'…기업과 함께 성장

키움증권이 꼽는 모험자본의 또 다른 본질은 '에쿼티(지분) 투자'다. 모험자본투자심사팀을 거치는 딜의 대다수가 에쿼티 성격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대출은 기업 입장에선 결국 갚아야 할 짐"이라며 "현금이 들어와도 부채비율만 높아지는 구조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자본성 조달이 이뤄져야 기업이 실질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이러한 철학을 오래전부터 실천해온 곳이다. 흔히 '브로커리지 강자'로 알려져 있지만, 벤처기업 시절부터 함께 걸어온 투자 히스토리가 두텁다.

시리즈 A·B 단계에서 소규모로 첫 투자를 한 뒤, 프리IPO와 상장 후 메자닌까지 기업과 함께 단계를 밟아온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종투사 1분기 모험자본 공급 우수사례에 키움증권의 한 인공지능(AI) 희귀질환 진단기업(쓰리빌리언) 투자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이 기업의 초기 스케일업 펀드에 참여했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후속 자금조달에까지 연속해 따라붙었다. 성장 단계마다 옆자리에 있었던 셈이다.

키움증권의 올해 모험자본 공급 목표는 6천억 원 이상이다.

이 팀장은 "단순히 6천억 원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증권사 간의 경쟁을 넘어 이제는 저축은행이 더 낮은 금리로 파고들고 VC까지 같은 딜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타 기관과 협업도 하면서 경쟁도 하는 묘한 관계"라며 "같이 공들인 딜에서 저축은행이 조건을 더 낮게 부르면 우리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마진이 안 나오는 수준까지 가면 결국 딜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고충도 있다"고 토로했다.

◇재무제표 밖 '기세(氣勢)' 읽어내는 심사역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이 팀장과 그의 팀은 차별화된 심사 방식을 고수한다. 회계사 출신 팀원을 포함해 세 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 팀이지만, 이 팀장은 "기업을 평가할 때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단언한다.

비상장 초기기업은 공개된 정보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연합인포맥스를 포함해 NICE비즈라인, 크레탑 등 다양한 루트를 총동원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외부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은 과거에 발행한 소규모 채권 이력까지 샅샅이 뒤진다. "활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이 팀장이 숫자만큼 중시하는 건 '비재무적 정보'다. 대표이사의 시장 내 평판, 핵심 인력의 이탈 여부, R&D 비용, 소송 현황, 심지어 직원들의 근속연수 분포까지 꼼꼼히 살핀다.

이 팀장은 "작은 기업이라면 외부 변수로 인해 재무 숫자가 잠깐 흔들리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횡령이나 배임 같은 이슈는 치명적이며, 예측도 어렵다"며 "결국 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실무 리스크관리 단계에서는 반드시 현장을 찾는다.

최근 지방 제조업체 실사를 다녀온 팀원은 방문 전후로 기업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현장의 분위기와 임직원의 표정에서 재무제표로는 결코 잡히지 않는 기업의 '기세(氣勢)'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배들이 항상 꼭 가서 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더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이 기업 평가에서 강조하는 '진정성'은 개인사에도 묻어난다. 그는 군 전역 직후 등록한 조혈모세포 기증 약속을 16년 만에 이행했다.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 팀장은 키움증권이 걸어온 길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키움증권도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코스피200 편입, 발행어음 인가까지 거쳐온 회사입니다. 혁신기업들과 같은 길을 걸어온 만큼, 가장 신뢰받는 성장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이규원 키움증권 모험자본투자심사팀장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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