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또 당하면 안돼"…개인투자자 감안 당국·운용사에 대응 촉구
주택도시기금·하나대투, 해외부동산 헐값 매각에 LP 전손 피해 전력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법정관리 신청 사태를 계기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자산에 대한 급격한 자산가치 조정 관행에 대해 범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대주단과 현지 감정평가사가 담보 자산가치의 감정가 하락을 빌미로 투자자의 기한이익상실(EOD)을 유도해 일방적인 손실을 입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의 발단은 해외 대주단의 '캐시트랩'에서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해 162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현금성 자산이 994억 원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 대주단이 담보 자산가치 하락을 들어 캐시트랩을 발동해 예상치 못한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
캐시트랩은 대주단이 설정한 담보인정비율(LTV) 등 계약 요건을 차주가 충족하지 못했을 때 차입금 상환을 위해 현금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캐시트랩을 가져온 현지 감정평가사의 자산가치 조정 절차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리 상승과 상업용 부동산 업황 부진 등으로 자산가치의 감가는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임대 수익 흑자를 내는 우량한 자산의 매각을 가져올 만큼 캐시트랩을 발동할 만한 상황이었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산의 매각 없이 약 13개월 치 임대료만 모으면 LTV 비율을 맞출 수 있었지만, 캐시트랩으로 인해 무방비로 위기를 맞았다.
해외 감정평가로 인한 국내 투자자 위기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2019년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펀드로 국내 기관 투자자가 6억 달러 넘게 투자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20 타임스스퀘어'는 현지 대주단(나틱시스은행)에 의해 EOD 통보를 받았다. 이후 대주단이 낮은 가격에 담보자산을 인수한 뒤 다시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챙겼지만, 국내 투자자는 전액 투자금이 상각되는 손실을 떠안았다.
주택도시기금 역시 지난 2024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유사한 과정으로 EOD가 발생해 1천800억 원 손실을 봤다.
통상 LTV 요건이 약정 수준을 초과할 조짐을 보이면, 우량한 기관 투자자(LP)의 경우 자산의 회생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자금을 수혈해 대출금 일부를 갚는 식으로 캐시트랩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 이번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소규모 운용사를 필두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어 자산가치 회생을 위한 기민한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자금 구조 취약성의 문제는 추후 보완해야 할 문제나, 현재 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운용사 차원에서 자산의 강제 매각 위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연기금의 전 투자위원은 "제이알리츠와 같은 유형의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며 "현지 대주단과 해외 감정평가사가 국내 투자자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한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멀쩡한 자산을 두고 400억 원의 유동성 문제로 2천억 원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국이 운용사에게 더욱 적극적인 문제 해결 방향을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리츠 투자자들 역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로 유동성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인포맥스가 7일 오후 14시 9분 송고한 '흑자도산 위기 제이알글로벌리츠…소액주주들, 유상증자 제안' 기사 참조)
다른 장기투자기관의 운용역은 "시장가로 매수와 매도 호가가 있는 시장이라면 가격을 신뢰할 수 있지만, 오피스 등 자산의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평가사 주관이 크게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시트랩은 기본적인 회수 전략 중 하나"라면서도 "국내 부동산 투자와 달리 해외는 현지 사정이나 대응 자체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출처: 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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