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요구 수용 땐 인건비 최대 39조"…파업 시 4조원 이상 손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사후조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막판 타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사후조정은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다.
특히 조정이 결렬될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수준의 노사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업계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고용노동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오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사후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끝나 노조가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노사 양측 동의 아래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시 중재에 나서는 절차다.
앞서 고용노동부 측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사후조정 절차를 강력히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사후조정은 법적 쟁의행위가 가능해진 이후 파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안전판으로 여겨진다. 이번 조정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 일정을 이미 못 박은 상태이고, 사측 역시 생산 차질과 고객 신뢰 훼손을 우려해 막판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핵심 쟁점은 성과급 산식이다. 사측은 메모리사업부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경쟁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포상을 제안했다. 총 6.2%의 임금 인상률과 주거 안정 지원, 출산 경조금 확대,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등도 함께 내놨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성과급 상한을 제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회성 특별포상보다 향후 실적 개선분을 직원들과 구조적으로 공유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요구안의 비용 규모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급을 5% 인상할 경우 기존 추정치 대비 21조~39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2026년 예상 영업이익에는 7~12%의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파업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생산 차질 부담도 작지 않다. JP모건은 노조가 예고한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기회손실이 4조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의 1~2%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가격 회복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파업 리스크는 단순한 매출 이슈를 넘어선다. 메모리 업황 회복기에는 생산 안정성과 고객 대응력이 곧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웨이퍼 투입과 후공정, 출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단기 매출 손실뿐 아니라 고객사의 공급망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측이 특별포상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대비 보상 격차에 대한 내부 불만은 줄이되, 영구적인 성과급 산식 변경에는 선을 긋는 방식이다.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직접 연동할 경우 향후 업황 변동기마다 비용 구조가 경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노조도 물러서기 쉽지 않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회사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그 과실을 직원들이 나눠야 한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보상 수준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내부 기대치도 높아진 상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이번 사후조정의 관건은 '제도의 구체화'와 '일회성 보상'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사측이 특별포상 규모나 지급 조건을 구체화하고,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일부 조정한다면 파업 직전 봉합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양측 모두 명분 싸움이 커진 만큼 단기간에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노조는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측 역시 장기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성과급 산식 변경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사의 이번 사후조정은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AI 반도체 호황기의 성과 배분 방식을 둘러싼 첫 대형 충돌이라는 성격을 띤다. 파업 전 마지막 협상이 극적 타결로 끝날지, 아니면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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