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최근 10여년 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 압박에 직면했다.
기대했던 상장은 요원해졌고, 약정된 이자를 갚아야 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명문대 박사 출신인 A 대표는 급기야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 세금인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 고리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투자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자본시장의 기본 구조인 BW의 성격을 뒤늦게 '사채'로 규정하며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BW의 특성상 특정 기간 이후 매년 이자율이 늘어나는 건 통상적"이라며 "투자받을 당시 계약서를 살펴보고, 창업자도 동의한 사항이었을 텐데 상환 시점에서 이러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자본시장 문해력' 경보가 켜졌다.
고학력 창업자들이 늘어나고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됐지만, 정작 기업을 지탱하는 돈의 흐름이나 투자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투자 계약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투자자와 분쟁을 겪는 창업자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특히 BW나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은 자본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자율이 높으니 고리대금"이라거나 "경영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다"라며 반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갈등은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고학력 창업자들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은 특정 학문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자랑하지만, 기업 재무와 자본시장 생태계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운 상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투자 유치 당시에 '자금 수혈'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적 부진으로 상환권 행사가 시작되면 그제야 몰랐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식이라는 게 VC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이 관계자는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 당시엔 전도유망한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하며 성공을 자신한다"며 "그러나 계획대로 사업이 되지 않아 정당한 상환을 요구하면 투자사의 '갑질'로 몰아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바이오 벤처는 특성상 교수나 연구원 출신 창업자가 주를 이룬다.
A 투자사 대표는 "바이오 기업 창업자의 경우 본인이 연구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커 사업적 유연성이나 금융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사업화 과정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모든 화살을 투자 구조 탓으로 돌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VC들은 바이오 투자 시 사업 경험이 있거나, 숫자에 밝은 '시장 친화적 학자'를 선호하는 추세다.
기술의 우수성만큼이나 자본시장의 논리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선 창업자들에게 자본시장 교육이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개발은 연구소의 영역이지만, 투자 유치와 상환, 엑시트(Exit)는 냉혹한 자본시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중소벤처기업부나 유관 기관을 통해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을 알려주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부 양용비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창업 활성화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5.8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ybyang@yna.co.kr
양용비
ybya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