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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착한 주유소와 나쁜 주유소

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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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알뜰주유소 찾는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 ○…"착한 주유소를 5번 이상 하게 되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착하디착한' 주유소가 된다.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정부에서 장관 포상 등 여러 혜택을 줄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지난달 28일 국무회의 업무보고 중 일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린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착한 주유소는 석유 최고 가격제 시행과 함께 재도입된 제도다. 휘발유 기준 리터당 2천원 이하로 판매하는 등 주로 '착한 가격'의 조건을 갖춘 주유소를 선정한다.

착한 주유소로 선정되면 오피넷과 각종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된다. 현재 착한 주유소는 약 300여곳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더해 산업부는 착한 주유소로 5회 이상 선정되면 '착하디착한' 주유소로 격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처럼 착한 주유소 지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고 한다. 대대적인 홍보가 함께 이뤄지면서 소비자 발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착한 주유소를 선정하는 시민단체는 선정 과정에 대한 문의나, 미선정 주유소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전언이다.

다만 '착할 수 없는' 주유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자 주유소, 자영 주유소의 이야기다. 석유 최고 가격제로 공급가가 묶였지만 판매가에 대해서도 간접적 통제가 이뤄지면서, 자영 주유소는 생존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호소다.

직영·알뜰 주유소는 공급 과정에서 기업이나 석유공사 등 운영사로부터 리터당 최대 30원 수준의 할인을 받는다. 반면 자영 주유소는 낮은 마진을 유지하는 데 따른 적자를 온전히 감수해야 한다.

자영 주유소는 최고 가격제 시행 이전엔 유가 등락에 따른 사후 정산을 정유사로부터 받으면서 손익을 일부 보전받는 구조였는데, 공급가가 고정되며 이런 정산도 멈췄다.

결국 매출도 마진도 줄며 적자를 버티지 못하는 곳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영업을 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와 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 영업을 아예 중단하거나 단축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착하지 않은 주유소'니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는 게 당연한 걸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격임은 둘째치더라도,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국 주유소 중 자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이다. 자영 주유소가 사라질수록 소비자들이 기름 넣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런 주유소 업계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산업부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휘발유 최고 가격 1천934원에 주유소 평균 소매 가격 100원 정도를 더하면 2천34원인데 아직 거기까지 올라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를 대표해 주유소업계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치솟은 유가에도 비교적 낮은 소매 기름값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 정책비용을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용은 모두에게 같은 무게가 아니다.

가격 안정과 가계 부담 완화는 분명 필요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낮은 가격이 누군가의 손실 위에 세워졌다면, 가격표만 보고 착하고 나쁜 주유소를 가를 일만은 아니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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