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하 논하기 부담…유가發 물가압력 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며 '비둘기파'로 통했던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현재 물가 상방 압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11일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서였다"며 "2% 물가 목표로부터 위쪽으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면 설사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상충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 임기는 오는 12일까지로 이날 이임식을 하루 앞둔 마지막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지금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의사결정을 한다면 물가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하 소수의견, 물가 우려 크지 않다는 전제"
신 위원은 지난 2022년 7월 금통위에 합류한 뒤 총 7차례 통화 완화 방향으로 소수의견을 냈다.
2022년 '빅스텝' 국면에서는 당시 '왕비둘기파'였던 주상영 전 금통위원과 함께 50bp 인상 대신 25bp 인상을 주장했고, 이후에는 추가 금리 인상에 반대하거나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신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그간 금통위원으로서 소회를 밝히며 "주로 인하 쪽으로 소수의견을 냈지만, 이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라며 "한은에 주어진 첫 번째 책무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이후 인하 기조가 조정됐는데 당시에는 주택가격 이슈가 등장하면서 인하가 어려워졌다"며 "이후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주택가격 문제가 수면 아래로 다소 들어갔을 때 한 번 더 인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전쟁이 터지면서 지금은 인하를 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韓 경제 양극화…헤드라인 성장률 해석 어려워"
신 위원은 금통위원 재임 기간 통화정책 결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으로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통상적으로 보는 숫자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인데 성장률은 경제 전체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극단적으로 보면 10% 정도 비중의 섹터가 헤드라인을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70∼80%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헤드라인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양극화 상황에서는 결국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성장과 물가의 상충관계가 현재 한국 구조에서 얼마나 유효한지 해석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이 물가 부담을 주는 정도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다를 수 있다"며 "경제 구조상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경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물경제 섹터를 위해 금리를 완화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유가 고공행진 땐 물가와의 싸움 더 격해질 수 있어"
신 위원은 특히 물가 우려의 핵심 변수로 국제유가를 지목했다.
그는 "반도체 부문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이 발생하고 세수로 돌아와 다시 경제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물가 압력이 당연히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 자체를 엄청나게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문제는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계속 고공행진 하는 경우"라며 "이 경우에는 경제가 엄청나게 고통받더라도 유가로부터의 2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한은에 주어진 '책무(mandate)'"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금리 경로와 관련해서도 "핵심은 유가"라며 "유가가 연말까지 긴 기간 고공행진 하면 다른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자들 입장에서 유가가 잠깐 올라갔다 떨어지는 부분은 기존 이익으로 흡수할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어려워진다"며 "그 경우 물가와의 싸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서약(commitment)' 아냐…미래 모습 공유하는 수단"
신 위원은 한국은행의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해 중앙은행과 시장 간 미래 전망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상황에서의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과 시장이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 부드럽게 흡수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포워드가이던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요한 전제는 커뮤니케이션할 때 이것이 '서약(commitment)'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중앙은행이 최선을 다해 그린 미래 모습이고, 각 금통위원의 생각을 종합한 미래 모습이지 약속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그럼에도 우리가 제시하는 미래 모습이 너무 자주 틀리거나 (예상치보다) 크게 달라질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은 내부에서도 포워드가이던스 성과를 연구했고 성과가 꽤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땐 취약 섹터 더 어려워져…그래도 물가가 책무"
신 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취약 섹터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양극화라는 것은 한 섹터에 적절한 금리는 3%인데 다른 섹터에 적절한 금리는 2%인 상황을 의미한다"며 "둘 사이 낙수효과나 선순환이 작동하면 시간이 지나며 일치되겠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섹터 입장에서 보면 지금 금리도 높은데 금리를 더 올리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중앙은행) 책무가 물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가를 잡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유 부총재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은 외부적 충격과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라고 언급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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